흡입력이 떨어졌다면 모터보다 경로를 먼저 봅니다. 브러시에서 흡입구, 먼지통 필터를 거쳐 모터로 이어지는 길 중 한 곳만 좁아져도 모터가 멀쩡한 채로 흡입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모터 탓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순서가 반대인 셈이라, 경로 어느 지점이 막혀 있는지부터 차근히 확인합니다.
흡입력이 떨어지면 왜 모터부터 의심하면 안 될까요?
모터 자체는 웬만해서는 갑자기 힘을 잃지 않고, 대부분은 브러시나 필터, 흡입구 어딘가가 막혀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좁아진 결과입니다. 모터는 그 좁아진 길을 뚫으려고 더 힘을 쓰는데, 그 결과가 흡입력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브러시든 필터든 한쪽만 좁아져도 결국 전체 흐름이 함께 영향을 받거든요.
경로 어디가 좁아졌는지는 부위마다 신호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증상만 봐도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순서를 좁힐 수 있습니다. 증상 개수가 여기서 두 갈래를 만드는데, 신호가 한 부위에서만 보이면 그 부위만 살피면 되고, 여러 부위에 걸쳐 나타나면 공기가 지나가는 순서대로 브러시부터 짚어봅니다.
- 브러시 — 회전이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손으로 가볍게 돌려봤을 때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 필터 — 흡입할 때 나는 소리가 이전과 달라집니다.
- 흡입구 — 청소를 마쳐도 바닥 곳곳에 가는 먼지 줄이나 머리카락이 그대로 남습니다.
- 물걸레 — 모드를 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은한 쉰내가 다시 올라옵니다.
결국 관찰이 먼저입니다.
브러시에 감긴 머리카락은 왜 회전 저항을 만들까요?
브러시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먼지를 쓸어 담는데, 머리카락이나 옷에서 나온 섬유가 그 축에 감기면 회전할 때마다 축과 브러시 사이에 마찰이 생깁니다. 마찰이 쌓일수록 브러시는 같은 힘으로도 예전만큼 빨리 돌지 못하고, 모터는 그 저항을 이기려고 더 많은 전류를 끌어다 씁니다.
브러시를 손으로 한 바퀴 돌려보십시오. 걸림 없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상태가 원래 모습입니다. 걸리는 느낌이 있다면 축에 감긴 머리카락이나 실 뭉치부터 걷어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이 과정이 더 빨리 벌어지는데, 털 길이와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과 달라 축에 감기는 양상도 다릅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확인하는 간격을 짧게 잡아둡니다.
먼지통 필터가 막히면 소리부터 달라지나요?
필터가 막히면 공기가 지나갈 틈이 줄어들면서 흡입음이 확연히 달라지며, 둔탁하게 잠기는 소리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좁은 틈을 억지로 통과하며 날카로운 고음으로 바뀌기도 하죠.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고, 먼지가 겹겹이 쌓이며 통로가 조금씩 좁아진 결과입니다. 소리가 달라졌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기도 하고, 매일 쓰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변화를 무디게 느끼기도 합니다. 며칠 만에 막히는지 정확한 기간까지 확인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먼지가 겹겹이 앉는 구조인 이상 좁아지는 방향은 확실히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필터 색과 먼지통 비움은 다른 문제이고, 먼지통은 매번 비워도 필터 표면에 앉은 미세먼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눌어붙어 색만 점점 짙어집니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여도 원인이 다른 얼룩을 같은 것으로 보고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원인이 다른데 겉모습만 보고 뭉뚱그리는 판단은 정수기와 가습기에 앉는 물때가 서로 다른 이유에서도 갈립니다.
점검은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흡입력이 떨어졌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할지 헷갈린다면, 아래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공기가 지나가는 순서대로 보므로, 앞쪽이 막혀 있으면 뒤쪽 상태는 애초에 판단이 안 됩니다.
- 브러시에 머리카락이나 실이 감겼는지 확인한다.
- 먼지통을 분리해 필터 표면 색과 먼지가 막힌 정도를 살펴본다.
- 흡입구 안쪽에 큰 이물질이나 뭉친 먼지 덩어리가 걸려 있는지 들여다본다.
- 바퀴에 실이나 머리카락이 감겨 회전이 뻑뻑해지지 않았는지 손으로 돌려본다.
- 센서 표면에 먼지막이 없는지 마른 천으로 닦아본다.
다만 바퀴와 센서는 흡입력이 아니라 청소 범위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이며, 흡입력만 놓고 보면 앞의 세 곳이 우선입니다.
세 곳을 순서대로 확인하면 원인이 있는 지점과 없는 지점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물걸레 패드를 젖은 채 두면 냄새가 날까요?
흡입력과는 별개지만 같은 청소 뒤처리에서 갈리는 문제이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물걸레 패드는 청소가 끝난 뒤에도 물기를 머금은 채 본체에 그대로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쉽고, 그 습기가 마르지 않으면 냄새가 먼저 올라옵니다.
패드를 분리해 널어 말리지 않고 다음 청소 때까지 본체에 끼워 둔 채로 두면 같은 습기가 계속 쌓이면서 냄새가 옅어지지 않고 오히려 짙어집니다.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마르는 속도 자체가 느려서 그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지고, 물걸레 패드뿐 아니라 물기를 오래 남겨두면 상하는 살림살이는 또 있습니다. 씻은 그릇을 오래 젖은 채로 두는 집이라면 식기세척기와 손세척에서 그릇 코팅이 상하는 지점이 다른 이유를 함께 볼 만합니다.
브러시를 갈아야 하는 시점
브러시와 필터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교체 대상이며, 아무리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먼지를 털어도 브러시 날이 닳아 뭉툭해지거나 필터가 원래 색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점이 옵니다. 그때부터는 청소로 되돌릴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입니다. 브러시 날은 오래 쓸수록 끝이 둥글게 마모되면서 먼지를 쓸어 담는 힘 자체가 약해지는데, 이 마모는 세척으로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필터도 마찬가지로, 색이 짙어지다 못해 원래 흰 부분이 거의 남지 않았다면 거기서 세척은 끝입니다. 처음에 모터를 의심했던 흡입력 저하가 사실은 닳고 막힌 소모품 두 개에서 끝나기도 합니다.
두 부품만 바꿔도 흡입력이 눈에 띄게 돌아옵니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원인은 분명히 다른 곳에 있다는 뜻입니다. 제조사 사용설명서는 보통 브러시를 6개월에서 1년 사이 주기로 교체하라고 안내합니다만, 이 수치에는 하루 사용 시간과 바닥재 종류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정해진 개월 수보다 날이 닳은 정도, 필터 색이 짙어진 정도를 직접 보고 판단하며, 기종별 필터 교체 판단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시점을 표시등이 아니라 가동 시간으로 재는 방식은 표시등과 실제 상태가 어긋나는 문제를 따로 다룹니다.
흡입 경로는 기종마다 설계가 달라서, 브러시만 확인해서는 원인이 안 잡히는 구조도 있습니다. 쓰고 있는 기종 구조가 이 글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순서를 의심하기 전에 제조사 설명서에서 그 기종 고유의 경로부터 짚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결국 순서는 늘 같습니다.
경로부터 확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부품은 이미 교체할 시점을 지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