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색 셔츠를 처음 빨면 헹굼물이 파랗게 뜹니다. 대개는 섬유와 결합하지 못하고 표면에 얹혀만 있던 여분의 염료가 물살에 씻겨 나가는 것입니다. 빨수록 줄어들다가 어느 시점에 멎습니다. 여기까지는 불량이 아닙니다.
문제는 멎지 않는 옷입니다. 몇 번을 빨아도 빠지는 양이 처음과 비슷하면 여분이 아니라 염착 자체가 헐거운 옷이고, 그때부터는 세탁을 어떻게 할지가 아니라 이 옷을 어디에 둘지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그러니 세제를 바꾸기 전에 이 둘부터 갈라야 합니다.
여분 염료와 헐거운 염착은 같은 물빠짐이 아닙니다
옷감은 염료 용액에 담가 색을 들입니다. 이때 염료의 일부만 섬유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자리를 잡고, 나머지는 결합하지 못한 채 표면에 얹혀만 있습니다. 앞쪽을 염착됐다고 하고, 뒤쪽을 여분 염료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비슷해도 옷에 붙어 있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감청이나 자주, 검정처럼 짙은 색은 용액 농도를 높여야 나오는 색이라 결합하고 남는 여분의 절대량도 함께 많아집니다. 진한 옷이 물을 진하게 빼는 건 그래서고, 색이 짙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예고편인 셈입니다.
첫 세탁은 이 얹혀 있는 몫을 물살로 걷어내는 과정입니다. 헹굼물이 뿌옇거나 색을 띠는 건 섬유가 상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붙어 있지 않던 것이 떨어져 나가는 것뿐이거든요.
염착 쪽이 부실한 옷은 사정이 다릅니다. 염색 공정이 짧았거나 섬유와 결합하는 힘이 약한 염료를 쓴 경우, 여분이 아니라 자리를 잡았어야 할 몫까지 계속 나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물이 빠지는 옷이라 한두 번 빨아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같은 진한 색이어도 소재에 따라 사정이 갈립니다. 면 같은 식물성 섬유는 물을 품는 구조라 염료가 물길을 따라 드나들 여지가 크고, 폴리에스터는 반대로 물을 밀어내는 섬유여서 높은 온도로 색을 억지로 밀어 넣는 방식을 씁니다. 그래서 면 쪽이 첫 세탁에서 물을 더 눈에 띄게 빼고, 폴리에스터는 빠지는 양은 적은 대신 한번 다른 옷에 옮으면 그 색이 잘 안 빠집니다.
마른 천으로 확인하면 거의 다 통과합니다
물에 적신 흰 면 손수건으로, 옷에서 색이 가장 진한 자리를 지그시 눌러 문지릅니다. 천에 색이 옮으면 아직 진행 중이라는 뜻입니다.
마른 천으로는 이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여분 염료든 헐거운 염착이든 물기가 있어야 섬유 밖으로 풀려나오기 때문에, 마른 상태에서 안 묻는 건 당연한 결과죠. 마른 손으로 만져 보고 괜찮다고 넘긴 옷이 정작 비 오는 날 안에 입은 흰 티에 색을 남기는 게 이 때문입니다.
판단은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회차 사이의 변화에서 납니다.
세탁을 마칠 때마다 같은 자리를 같은 힘으로 문지르고, 그 천을 버리지 말고 나란히 늘어놓습니다. 색이 회차마다 눈에 띄게 옅어지고 있으면 여분 염료가 빠지는 정상 경로입니다. 보통은 두세 번째를 지나면서 확연히 옅어지고, 너덧 번쯤이면 거의 묻지 않습니다. 다만 이 횟수가 어디에 규격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고, 저도 하나로 못 박지 못하겠습니다. 옷마다 다르니 숫자보다 방향을 보십시오. 너덧 번을 빨았는데 첫 회와 비슷한 농도로 계속 묻어난다면, 그건 세탁을 더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문지르는 힘은 옷에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면 됩니다. 세게 문지를수록 잘 묻는 건 당연해서, 힘이 회차마다 달라지면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손수건을 검지에 감고 같은 손가락으로 세 번씩만 문지르는 식으로 방식을 고정해 두면 됩니다.
배색이 섞인 옷은 확인을 한 번으로 끝내면 안 됩니다. 몸판과 배색 밴드, 자수 실이 서로 다른 염료로 물든 경우가 많아 몸판은 벌써 안정됐는데 배색만 계속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색이 진한 부위마다 따로 문지릅니다.
이염을 부르는 조건 세 가지
여분 염료가 빠지는 정상 범위 안에서도 조건이 나쁘면 그 색이 옆에 있던 옷으로 건너갑니다. 물빠짐 자체는 못 막아도 건너가는 건 막을 수 있습니다.
| 조건 | 무엇이 위험한가 | 줄이는 방법 |
|---|---|---|
| 뜨거운 물 | 물 온도가 높을수록 섬유가 부풀어 틈이 벌어지고, 여분뿐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염료까지 함께 풀려나옵니다 | 새 옷 첫 세탁은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낮춥니다 |
| 젖은 채 뭉쳐 둔 시간 | 물기가 있는 상태로 다른 옷과 오래 겹쳐 있으면 염료가 물을 매개로 섬유 사이를 옮겨 다닙니다 | 탈수가 끝나면 세탁기 안이나 바구니에 두지 말고 바로 꺼내 넙니다 |
| 세탁망 없는 혼합 세탁 | 진한 색과 연한 색이 직접 맞닿은 채 같은 물에 잠겨 있으면 접촉면에서 색이 건너갑니다 | 새 옷은 세탁망에 따로 넣거나 비슷한 색끼리만 모아 돌립니다 |
세 조건은 겹칠 때 특히 사납습니다. 여름에 땀 냄새를 잡겠다고 온수를 쓰면서 빨래를 한꺼번에 몰아 돌리면 두 가지가 한 번에 걸립니다. 통 자체가 지저분하면 나머지를 다 지켜도 밑에서 새는 셈입니다. 세탁조 안쪽이 언제 한계인지 냄새로 짚는 얘기는 따로 적어 뒀습니다.
처음 다뤄 보는 사람이 걸리는 자리는 조건표 밖에 따로 있더군요.
- 소금물이나 식초물에 담가 색을 잡는다는 것 — 오래 전해 내려온 방법이지만 염착 자체를 강하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오래 담가 두면 풀려나온 염료가 갈 곳 없이 그 옷에 다시 앉아 얼룩으로 남습니다.
- 라벨의 물 온도를 이염 기준으로 읽는 것 — 그 숫자는 옷이 상하지 않는 상한이지 색이 안 건너가는 온도가 아닙니다. 첫 세탁은 상한보다 낮춰 잡습니다.
- 새 수건을 옷과 같이 돌리는 것 — 수건은 실이 고리로 서 있는 파일 조직이라 표면적이 넓고 염료를 그만큼 많이 머금습니다. 진한 색 새 수건은 옷보다 오래 따로 빨아야 합니다.
- 확인을 첫 회에만 하는 것 — 묻어나는 양은 매끄럽게 줄지 않고 회차마다 들쭉날쭉합니다. 두 번째에 다시 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옮아붙은 색, 아직 되돌릴 단계인지부터
이미 색이 옮았다면 순서가 하나 있습니다. 무엇으로 지울지 고르기 전에, 그 옷이 열을 받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아직 젖어 있거나 그늘에서 자연 건조만 한 상태라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옮은 염료가 아직 섬유 표면 가까이에 머물러 있어서, 표백 가능 라벨을 확인한 뒤 산소계 표백 성분에 담가 두면 상당 부분 빠져나오기도 합니다. 관건은 시간을 끌지 않는 것입니다. 발견하고 하루를 넘기면 같은 처치도 덜 듣습니다.
이때 색이 옮은 부분만 골라 처리하려는 시도는 대개 역효과입니다. 그 자리만 밝아지면서 원래 얼룩 옆에 밝은 얼룩이 하나 더 생겨, 결국 자국이 둘이 됩니다.
담글 거면 옷 전체를 담급니다. 전체를 담그기 아까운 옷이면 여기서 멈춥니다.
표백제 종류도 갈립니다. 색이 있는 옷에 염소계를 쓰면 옮아붙은 색보다 원단 색이 먼저 날아가, 이염 하나 지우려다 옷 전체를 잃습니다. 색이 있는 원단에 손댈 수 있는 건 산소계 쪽이고, 그마저도 라벨에 표백 금지 표시가 있으면 거기서 끝입니다. 두 종류를 섞어 쓰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하지 않습니다.
건조기를 돌렸거나 다림질까지 마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열은 옮아붙은 염료를 섬유 안쪽으로 밀어 넣어 붙잡아 두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염색 공장에서 색을 고정할 때 쓰는 원리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건조기가 얼룩을 말린 게 아니라 염색 마무리 공정을 대신 해 준 셈이죠. 이렇게 고정된 색은 표백으로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고, 어중간하게 시도하면 옮은 색은 그대로인데 원단 색만 빠져 얼룩이 더 도드라지기도 합니다.
땀과 피지가 산화되며 흰옷이 누레지는 경우와 헷갈리기 쉬운데, 원인 자체가 다릅니다. 그쪽은 옷이 스스로 시간을 먹으며 변하는 축적형이라 무엇 때문에 누레졌는지를 먼저 갈라야 합니다. 이염은 남의 색이 건너온 것이라, 지우는 방법보다 열을 가했는지가 앞에 옵니다.
소재도 변수입니다. 울이나 실크 같은 단백질 섬유는 산소계 표백에도 상하는 경우가 있어 집에서 시도할 대상이 아닙니다. 면이나 합성섬유라면 라벨을 확인한 뒤 시도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만, 원단이 흰색이 아니라 연한 색이면 원래 색까지 함께 옅어질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리넨은 열에 수축하는 순서가 따로 있는 소재라, 이염을 지우겠다고 물 온도를 올리다가 옷 치수를 잃는 일이 더 흔합니다.
앞에서 폴리에스터는 높은 온도로 색을 밀어 넣는다고 했는데, 건너온 색도 같은 성질을 따라 섬유 안쪽에 자리를 잡습니다. 폴리 혼방 흰 티에 옮은 색이 유난히 안 빠지는 게 이 때문입니다. 원단이 순면인지 혼방인지를 세탁 표시에서 먼저 읽고 시작하면 헛수고가 줄어듭니다.
여기까지 해서 안 빠지면 그 얼룩은 지우는 대상이 아니라 안고 가는 대상입니다. 자리가 소매 안쪽이나 밑단이면 그냥 입고, 앞판 한가운데면 실내복 쪽으로 돌립니다.
판단은 몇 번째 세탁에서 끝났는지로
물빠짐 자체는 결함이 아니라 염색이 남기는 부산물입니다. 가를 것은 그 부산물이 줄고 있느냐 하나입니다.
회차마다 흰 천이 옅어지고 있으면 그 옷은 정상 경로를 지나는 중이고, 몇 번 더 참으면 다른 옷과 같이 돌려도 됩니다. 반면 너덧 번을 빨았는데도 처음과 비슷하게 묻어난다면 그 옷은 앞으로도 계속 따로 빨아야 하는 쪽으로 넘어간 겁니다. 세탁 방법을 더 손보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생지 데님처럼 색이 빠지면서 생기는 표정이 곧 그 원단의 값인 옷은 여기서 세운 기준을 그대로 대면 안 됩니다. 이런 옷은 물빠짐이 멎지 않는 게 정상이고, 멎으면 오히려 원단이 다 닳았다는 신호입니다. 살 때 물빠짐이 원단 특성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그 예외가 아닌데 계속 빠진다면 남은 선택은 둘입니다. 산 지 얼마 안 됐으면 교환 대상인지 알아보고, 그 시기를 넘겼으면 단독 세탁 전용으로 못 박습니다. 매번 다른 옷을 한 벌씩 잃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단독 세탁 전용이라는 말은 세탁기를 따로 돌리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젖은 채로 다른 옷 위에 얹어 두지 않는 것, 비 오는 날 흰옷을 안에 받쳐 입지 않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물이 닿는 상황이 곧 색이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라, 세탁기 밖에서 옮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거든요.
새 옷을 처음 빨 때 확인할 것
- 첫 두세 번은 단독으로 돌리거나 비슷한 색끼리만 모은다.
- 물 온도를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낮춘다.
- 탈수가 끝나면 바로 꺼내 넌다.
- 세탁을 마칠 때마다 젖은 흰 천으로 같은 자리를 문질러 둔다.
- 문지른 천을 버리지 말고 회차별로 나란히 놓고 옅어지는지 본다.
- 색이 옮았으면 건조기나 다리미를 대기 전에 라벨부터 확인한다.
색이 얼마나 빠지느냐가 아니라 빠지는 양이 줄고 있느냐, 판단은 거기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