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앞에 서면 다들 코부터 대 보고 눈으로 얼룩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 판단은 얼마나 더러운지가 아니라 다른 데서 갈립니다. 커튼을 세탁기에 넣을지는 먼지가 마른 채로 얹혀 있는지와, 뒷면 코팅·심지 테이프가 물과 회전을 견디는 구조인지로 정해집니다. 더러움의 정도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암막이나 차열 커튼처럼 뒷면에 코팅이 있는 제품과, 얇은 리넨이나 레이스처럼 코팅이 없는 제품은 세탁기 안에서 전혀 다른 일을 겪습니다. 코팅도 심지도 금속 부속도 없는 커튼이면 판단은 먼지 성격 하나로 끝나지만, 셋 중 하나라도 있으면 확인할 순서가 하나 더 늘어납니다.
세탁 여부와 별개로 빨지 않고 그냥 두고 봐야 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창을 오래 열어 두는 계절의 결로 자국과, 창틀 쪽 아랫단이 유난히 먼저 상하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손끝으로 만지면 왜 다르게 반응할까요?
판정은 손끝 하나로 끝납니다. 커튼 자락을 살짝 쥐고 두세 번 가볍게 털어 본 다음 손끝을 봅니다. 뽀얀 가루가 날리고 손끝에는 옅은 자국만 남으면 마른 먼지고, 가루 대신 회색 줄이 눌려 남으면 기름이나 오염과 엉겨 결이 죽은 상태입니다.
마른 먼지는 커튼 원단의 성긴 짜임 위에 그냥 얹혀 있을 뿐이라, 살짝 흔드는 힘만으로도 대부분 떨어져 나갑니다. 반면 기름과 엉긴 먼지는 섬유 표면에 얇은 막처럼 붙어 있어서 아무리 세게 털어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습니다. 떨어지는 양이 이 둘을 가르는 가장 정직한 기준인 셈입니다.
위치도 힌트가 됩니다.
주방 쪽으로 난 창, 후드 옆 창, 도로변 저층 창에 걸린 커튼은 조리 중 퍼지는 기름 입자와 배기가스 그을음을 오래 붙잡고 있어 기름 섞인 쪽에 가깝습니다. 안쪽 방이나 서재 커튼은 대개 마른 먼지 쪽이지만, 이건 확률이지 판정이 아니라서 손끝은 그래도 한 번 씁니다.
주름이 많은 커튼은 판정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주름 면은 말끔해 보여도, 접힌 골 안쪽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펼쳐서 골 안쪽까지 확인하지 않으면 겉면만 보고 세탁까지 갈 필요 없다고 잘못 판단하기 쉽습니다. 방충망 먼지도 같은 손끝 판정으로 가르지만, 방충망은 평평한 그물이라 판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반면 커튼은 주름 안쪽까지 봐야 판정이 끝난다는 점이 다릅니다.
코팅과 심지는 세탁기를 다르게 버팁니다
암막이나 차열 기능이 있는 커튼은 뒷면에 얇은 코팅층이 입혀져 있습니다. 빛을 막거나 열을 반사하는 성분을 원단에 발라 말린 막인데, 물에 젖는다고 바로 녹거나 벗겨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세탁기 회전입니다. 통 안에서 뒤틀리고 접히기를 반복하면 이 막에 눈에 안 보이는 실금이 하나둘 생기고, 실금이 늘어나면 그 틈으로 빛이 새기 시작하죠.
한 번 갈라진 코팅은 다시 이어 붙지 않습니다.
균열이 생긴 자리는 세탁을 아무리 해도 처음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라, 여기서부터는 관리가 아니라 손상의 영역입니다. 온수나 건조기 열은 코팅과 원단을 붙이고 있는 접착층을 무르게 만들어서, 접힌 자리부터 코팅이 통째로 들뜨거나 벗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 테이프와 링·아일릿
커튼 위쪽 주름을 잡아 두는 심지 테이프는 코팅과는 아예 다른 방식으로 상합니다. 빳빳한 심지를 안감처럼 덧대 박아 넣은 형태라, 물에 젖은 채로 세게 돌리면 이 심지가 뒤틀리거나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습니다. 마른 뒤 다림질로도 펴지지 않는 굴곡이라 주름 모양 자체가 흐트러집니다.
금속 링이나 아일릿도 마찬가지입니다. 젖은 채로 오래 방치되면 녹이 슬기 시작해 그 둘레에 녹물 자국을 남기고, 통 안에서 부딪히며 돌면 구멍 둘레 원단이 늘어나거나 찢어지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부속은 녹 걱정은 없지만 온수나 건조기 열에 물러지거나 갈라지기 쉬워, 그렇다고 늘 더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녹물 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점 하나는 분명한 차이입니다.
걸어서 말릴까요, 눕혀서 말릴까요?
소재가 물을 얼마나 먹느냐로 갈립니다. 흠뻑 젖는 소재는 눕히는 쪽이고, 물을 덜 먹는 소재는 봉에 걸어도 됩니다. 마르는 방식은 세탁 자체보다 결과를 크게 가르는 자리거든요.
젖은 커튼을 탈수 직후 그대로 봉에 걸면, 섬유가 물을 먹어 부푼 상태에서 그 무게가 고스란히 아래로 당기는 힘이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아랫단이 조금씩 늘어집니다.
이건 리넨 옷이 물에 젖으면 짜임이 좁아지며 줄어드는 것과 방향이 반대입니다. 옷은 개어 두거나 눕혀서 마르는 경우가 많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릴 일이 적지만, 길게 늘어진 커튼은 봉에 매달린 채 몇 시간이고 자기 무게를 그대로 받습니다. 짜임이 되돌아가려는 힘보다 물을 먹은 무게가 당기는 힘이 더 커지는 순간부터 아랫단이 내려앉습니다.
눕혀 말리면 이 무게가 바닥으로 고르게 퍼져서 한쪽으로만 당겨질 일이 없습니다. 대신 마르는 시간은 걸어 말릴 때보다 더 걸립니다. 패딩도 세탁보다 마르는 과정에서 더 크게 망가지는데, 커튼 역시 같은 자리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다만 패딩은 뭉침이 문제고 커튼은 늘어짐이 문제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재마다 이 무게를 견디는 정도가 다릅니다.
| 소재 | 봉에 걸어 말리면 | 눕혀 말리면 |
|---|---|---|
| 레이스 | 코 사이가 벌어지고 무늬가 늘어져 처짐이 눈에 띔 | 짜임이 그대로 유지되나 마르는 시간이 더 걸림 |
| 리넨 혼방 | 물을 많이 먹어 무게가 커서 아랫단이 눈에 띄게 늘어짐 | 무게 부담이 없어 처짐이 거의 없음 |
| 폴리에스터 혼방 | 흡수량이 적어 늘어짐이 크지 않고 구김도 어느 정도 스스로 회복됨 | 걸어 말리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음 |
레이스나 리넨 혼방처럼 물을 많이 먹는 소재는 눕혀 말리는 쪽이 낫고, 폴리에스터 혼방은 봉에 걸어 말려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어느 쪽인지 애매하면 탈수 직후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절반쯤 덜어낸 다음 걸면, 어느 소재든 늘어지는 정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주름을 펴려고 젖은 커튼을 그대로 창에 다시 거는 방식도 흔합니다. 무게가 주름을 당겨 다림질을 건너뛸 수 있는 건 맞지만, 이건 늘어져도 티가 덜 나는 폴리에스터 혼방에서나 통하는 방법이죠. 게다가 창을 닫아 둔 채로 하면 아랫단이 밤을 넘기고도 젖은 채로 남습니다. 커튼에서 가장 먼저 상하는 자리가 하필 그 아랫단이라 손해가 겹칩니다.
그래서 젖은 채로 다시 거는 방법을 쓴다면 창을 열어 둔다는 조건이 함께 붙습니다. 아랫단이 마르는 속도가 위쪽과 크게 벌어지지 않아야 하고, 밤새 창을 닫아 둘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다른 방법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주름을 펴려다 아랫단을 상하게 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빨지 않고 버티는 자리가 있습니다
창을 오래 열어 두는 계절이나 실내외 온도 차가 큰 밤에는 유리 안쪽에 물방울이 맺힙니다. 이 물방울이 흘러내리다 커튼 아랫단에 닿으면 물 자국이나 얼룩진 테두리를 남기는데, 이건 세탁으로 해결할 문제라기보다 자주 열어 말려서 넘길 수 있는 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커튼 아랫단, 특히 창틀이나 라디에이터에 닿는 자리는 다른 부위보다 먼저 상하는 편입니다. 이 자리는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면서도 정작 바람이 잘 안 통합니다. 유리와 커튼 사이 좁은 틈에 갇힌 공기는 다른 부위보다 마르는 속도가 느려서, 같은 물기라도 이 자리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볕도 이 자리에 몰립니다. 커튼이 창틀 아래쪽에서 겹쳐 있거나 늘어져 있는 구간은 유리를 통과한 볕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받습니다. 색이 먼저 바래고 섬유가 먼저 삭는 자리가 대개 여기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전체를 세탁하기보다 따로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결로가 생겼다면 물기를 닦고 며칠 환기만 시켜도 자국이 옅어지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코팅 균열이나 녹물 자국, 곰팡이 테두리처럼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이면 그 구간만 부분 교체나 전체 교체를 저울질할 시점입니다.
판단이 안 서면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 그 자리만 따로 들여다봅니다. 닦은 뒤 금방 마르고 자국이 점점 옅어지는 흐름이면 환기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자리고, 같은 자리에 자국이 계속 진해지거나 마른 뒤에도 테두리가 남으면 그때는 세탁이나 부분 교체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처음 빠는 사람이 자주 놓치는 지점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확인 순서를 건너뛰어서 벌어지는 실수가 대부분입니다.
커튼은 옷과 달리 자주 도는 빨래가 아니라서, 한 번 잘못 돌리면 다음 세탁에서 만회할 기회가 몇 년 뒤에나 옵니다. 그중에서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 손상으로 곧장 이어지는 다섯 가지는 따로 짚어 둡니다.
- 코팅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대용량 코스에 그대로 넣는 것 — 코팅은 겉보기로 잘 티가 나지 않는데, 강한 회전이 시작되면 그 순간부터 미세 균열이 쌓입니다. 세탁 전에 라벨의 손세탁·드라이 표시를 먼저 보고, 표시가 없으면 뒷면을 손끝으로 문질러 필름 느낌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금속 링·아일릿을 그대로 둔 채 오래 돌리는 것 — 물에 오래 잠기면 녹이 슬기 시작하고, 세탁조 벽에 부딪히며 구멍 둘레가 늘어집니다. 세탁망에 넣거나 짧은 코스로 돌려 물에 잠기는 시간을 줄입니다.
- 탈수까지 마친 뒤 젖은 채로 바로 봉에 걸어 방치하는 것 — 물을 머금은 무게가 그대로 아랫단을 당겨 늘어지게 만듭니다. 걸기 전에 수건으로 눌러 물기부터 덜어냅니다.
- 심지 테이프가 있는 상단을 접은 채 다른 빨래와 함께 돌리는 것 — 접힌 채로 눌리는 압력이 심지를 뒤틀어 다림질로도 안 펴지는 굴곡을 남깁니다. 상단을 최대한 펼쳐 넣거나 커튼만 따로 돌립니다.
- 얇은 레이스 커튼을 두꺼운 극세사 커튼과 한 번에 섞어 돌리는 것 — 물을 먹어 무거워진 두꺼운 커튼이 세탁조 안에서 얇은 커튼을 함께 누르고 당겨, 짜임이 성긴 레이스 쪽이 먼저 늘어집니다. 두께 차이가 큰 커튼은 따로 나눠서 돌립니다.
겉감보다 안감이 먼저 답을 냅니다
손끝으로 먼지를 가르고, 뒷면을 봐서 코팅과 심지, 금속 부속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면 세탁 여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남는 건 마르는 방식뿐입니다.
겉감의 얼룩보다 안감의 구조가 먼저 답을 냅니다.
빨기로 정했다면 결정이 하나 더 남습니다. 두 짝 중 한 짝만 유난히 더러워도 둘을 같이 돌리는 쪽이 낫습니다. 볕을 오래 받은 커튼은 세탁 뒤 색이 한 톤씩 내려앉는데, 한 짝만 빨면 나란히 걸었을 때 그 차이가 창 한가운데에서 드러나거든요.
마른 커튼을 다시 걸기 전에 봉과 레일부터 닦습니다. 그 위에 앉은 먼지는 커튼을 꿰는 순간 상단 주름 안쪽으로 그대로 옮겨 붙어서, 순서를 바꾸면 갓 빤 자리부터 다시 더러워집니다. 레일 안쪽 홈은 먼지가 기름기와 뭉쳐 굳는 자리라 마른 수건으로는 잘 안 나오고, 물기를 꼭 짠 수건으로 홈을 따라 한 번 훑어야 떨어집니다.
다음에 다시 들여다볼 시점은 달력이 아니라 창을 여닫는 계절이 정해 줍니다. 결로가 잦은 철이 끝날 무렵 아랫단만 한 번 만져 보면, 그해 커튼이 어떤 상태로 겨울을 넘기는지가 대체로 보입니다.
손끝 판정과 뒷면 확인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입니다. 그 몇 분이 코팅 균열이나 심지 뒤틀림처럼 손을 대도 되돌아오지 않는 손상을 피하게 해 줍니다.
세탁 전에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 커튼 자락을 두세 번 털어 손끝에 남는 게 가루인지 줄인지 확인한다.
- 뒷면을 손끝으로 문질러 코팅 유무를 확인한다.
- 코팅·심지·금속 부속이 있으면 약한 코스나 손세탁을 고른다.
- 탈수 후 수건으로 물기를 먼저 덜어낸다.
- 소재에 맞게 봉에 걸거나 눕혀서 말린다.
- 창틀 쪽 아랫단은 계절마다 따로 살핀다.
- 코팅 균열이나 녹물 자국이 있으면 교체를 저울질한다.
다음에 커튼을 걷을 일이 있으면, 코를 대기 전에 손끝부터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