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수 세기를 올릴수록 물은 줄고 눌림은 깊어집니다

탈수 세기를 올리면 남는 물이 줄어 건조는 빨라지지만 옷이 받는 눌림도 함께 커집니다. 두껍고 안 마르는 옷과 결이 쉽게 눌리는 옷 중 어느 쪽이 손해인지 가르고, 꺼낼 때 보이는 두 신호가 다음 세기를 일러 줍니다.

세탁기 코스에는 탈수 세기(약·중·강, 또는 회전수 설정)가 있지만 대부분 손대지 않고 기본값 그대로 씁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꺼낸 옷마다 눌린 금이 깊게 남아 있고, 어떤 날은 그 금은 없는데 옷이 덜 마른 채로 하루를 끌어 쉰내가 올라옵니다.

탈수 세기를 올리면 세탁물에 남아 있는 물이 줄어 건조 시간이 짧아지지만 그만큼 옷이 받는 눌림도 커지고, 내리면 눌림은 줄지만 남는 물이 많아져 마르는 데 더 걸리므로 이 거래에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옷마다 다릅니다.

이 두 결과는 다른 날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같은 손잡이, 탈수 세기에서 함께 갈립니다.

탈수는 같은 조작에서 두 가지를 동시에 바꿉니다

탈수 세기를 바꾸는 건 세탁기 드럼을 얼마나 빠르게 돌리느냐를 정하는 일입니다. 드럼이 빨리 돌수록 옷에 작용하는 원심력이 커지고, 그 힘이 섬유 사이에 남아 있던 물을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한 가정용 전기 세탁기 성능 측정 표준은 적용범위에 원심력에 의한 물 축출법의 적용을 포함한다고 적는데, 탈수가 열이나 바람이 아니라 힘으로 물을 빼내는 조작이라는 전제가 여기서 나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에 낸 비교공감 보고서는 탈수성능을 세탁물에 남아 있는 수분으로 평가한다고 적습니다. 이 기준을 거꾸로 읽으면 탈수 세기를 올리는 쪽의 이득이 분명해집니다. 세기를 올릴수록 남는 물이 줄고, 남는 물이 적을수록 다음 건조 단계가 짧아질 여지가 커집니다.

같은 힘이 옷에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원심력이 세질수록 젖은 섬유가 드럼 안쪽 벽에 더 세게 눌립니다. 그 눌림이 자리를 잡으면 옷을 꺼냈을 때 접힌 금이나 눌린 자국으로 남습니다. 물을 더 빼내는 힘과 옷을 더 세게 누르는 힘은 같은 회전에서 나오는 하나의 결과라서, 세기를 올려 얻는 이득과 세기를 올려 치르는 손해는 분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건 이 거래가 옷마다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입니다. 세탁기가 흔들리거나 소음이 나는 문제는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거나 설치가 기울어진 쪽의 문제라 세탁기가 흔들릴 때 먼저 지울 것들에서 따로 다룹니다. 세제나 유연제를 고르는 기준, 세탁 코스 전체의 구성, 건조기 사용법, 다림질 방법, 세탁기 고장 진단, 제품이나 브랜드 비교, 특정 회전수(rpm) 권장은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밖입니다.

빨리 말라야 손해가 적은 옷은 어떤 쪽인가요?

두껍고 안쪽까지 잘 안 마르는 옷일수록 세기를 올리는 쪽이 유리합니다. 수건, 후드 안감, 겨울용 니트 외투처럼 섬유 속에 물을 많이 붙잡는 옷은 남는 물이 많을수록 건조 시간이 길어지고, 그 긴 시간 자체가 또 다른 문제로 넘어갑니다.

마르는 데 오래 걸린 세탁물은 그 시간만큼 쉰내가 올라올 조건을 더 갖추게 되는데, 냄새가 왜 나는지는 마르는 속도로 원인을 가르는 법에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거기까지 가기 전, 탈수 단계에서 남는 물의 양 자체를 줄이는 선택만 봅니다.

두꺼운 원단은 얇은 원단보다 섬유가 겹겹이 쌓여 있어 물이 빠져나갈 길이 짧지 않거든요. 탈수 세기를 올리면 그 긴 길을 거슬러 물을 밀어내는 힘이 커집니다. 그래서 얇은 옷보다 두꺼운 옷에서 세기를 올린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반대로 얇고 가벼운 면 티셔츠나 속옷은 원래도 물을 많이 붙잡지 않는 옷입니다. 세기를 올려도 줄어드는 물의 절대량이 크지 않아, 건조 시간에 미치는 영향도 작습니다.

기능성 스포츠웨어는 코팅이나 발수 처리 때문에 손상 원인이 세탁 방식 쪽으로 따로 갈리는 옷입니다. 그 코팅이 상하는 이야기는 이 글의 범위 밖입니다. 다만 이 거래 안에서 보면 기능성 원단은 대개 얇고 빨리 마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세기를 올려 얻는 이득이 두꺼운 옷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이불이나 패딩처럼 속을 채운 침구류는 겉감이 얇아도 안쪽 충전재가 물을 오래 붙잡는 쪽이라, 두께가 아니라 속이 채워진 구조로 판단합니다. 겉만 보고 얇다고 판단하면 세기를 낮춰야 할 옷으로 잘못 분류하기 쉽거든요.

눌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옷은 따로 있나요?

있습니다. 결이 살아 있어야 보기에도 좋고 제 기능도 하는 옷은 눌린 자국이 그대로 남을 위험이 더 크고, 한 번 눌린 결은 손으로 펴도 원래 높이를 되찾지 못합니다.

울 니트나 레이온처럼 섬유가 가늘고 조직이 느슨한 옷은 물기를 머금은 상태에서 눌리면 섬유 사이 공간이 그대로 눌려 좁아집니다. 마른 뒤에도 섬유가 눌린 모양을 기억한 채로 굳어버리면, 다시 적셔도 처음 부피로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린넨도 결이 눌리는 쪽에 속합니다. 다만 린넨은 구김보다 수축에서 되돌리기 어렵다에서 다루는 수축은 물과 열이 함께 만드는 변형이라, 탈수 단계의 눌림과는 원인이 다릅니다. 여기서는 물을 빼는 힘만으로 생기는 눌림만 봅니다.

모양을 잡아 짠 니트나 핀턱이 들어간 블라우스처럼 입체 구조가 있는 옷은 눌리는 손해가 더 커집니다. 평평한 천은 눌려도 다시 펴질 자리가 넓은데, 입체 구조는 눌린 자리와 안 눌린 자리의 높이 차이 자체가 그 옷의 생김새라서, 한쪽이 눌려 평평해지면 디자인의 일부가 사라진 것과 같거든요. 이런 옷은 세탁 전에 라벨의 혼용률과 함께 짜임 구조를 한 번 보고, 세기를 낮추는 쪽으로 먼저 기울어도 됩니다.

반대로 어떤 옷이 두 조건을 다 가졌는지 헷갈릴 때는 물을 먹었을 때의 무게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부피인데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옷은 섬유 안에 물을 많이 붙잡는 구조라 세기를 올리는 이득이 큽니다. 가벼운데 결만 살아 있는 옷은 반대입니다. 올려서 얻는 이득보다 눌려서 잃는 손해가 큽니다. 둘 다 해당하는 옷이라면 아래 표의 마지막 행처럼 판단을 미루고 꺼낼 때의 신호로 넘깁니다.

어떤 옷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아래처럼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옷 특징별로 다음 번 탈수 세기를 옮길 방향
옷의 특징이 거래에서 더 비싼 쪽다음 번에 옮길 방향
두껍고 안쪽까지 잘 안 마르는 옷(수건, 후드, 겨울 니트 외투)남는 물 — 건조 시간이 길어지는 쪽세기를 한 칸 올린다
결이 살아 있어야 하는 옷(울 니트, 레이온, 실크 블라우스)눌림 — 되돌리기 어려운 쪽세기를 한 칸 내린다
얇고 가벼운 옷(면 티셔츠, 속옷)어느 쪽도 변화가 크지 않다세기를 바꿀 이유가 적다
두껍고 결도 살아야 하는 옷(울 코트형 아우터)상황마다 다르다꺼낼 때 신호로 다음번만 옮긴다

눌린 자국과 다림질로 펴야 하는 구김은 생기는 자리가 다릅니다. 탈수가 만드는 눌림은 젖은 섬유 자체가 눌려 생기는 변형이고, 다림질로 펴지는지를 판정하는 단계는 이미 마른 옷에 생긴 접힘을 다시 펴는 이야기라 원인도 시점도 다릅니다.

세탁 전에 미리 가늠해 두고 싶다면 마른 상태에서 옷감을 손으로 가볍게 쥐었다 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쥔 자국이 금세 사라지면 섬유가 탄력 있게 되돌아오는 소재라 세기를 올려도 비교적 안전하고, 자국이 몇 초 넘게 남아 있으면 그만큼 눌림에 약한 소재라는 뜻입니다. 이 확인은 젖은 상태에서 받는 압력과 똑같지는 않지만, 세탁 전에 세기를 대략 정해 두는 데는 충분합니다.

세탁 표시 라벨도 참고할 거리를 줍니다. 손세탁이나 중성세제 표시가 붙어 있는 옷은 대개 섬유 자체가 약하거나 결을 살리는 쪽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세탁기에 돌리더라도 탈수 세기만큼은 낮추는 쪽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일반 세탁 표시만 있고 두께가 있는 옷은 세기를 올리는 쪽 실험을 먼저 해 볼 만합니다.

판단 흐름도: 이 옷은 어떤 옷입니까? 두껍고 안쪽까지 잘 안 마르는 옷 → 남는 물이 부담이라 세기를 한 칸 올린다. 결이 살아 있어야 하는 옷 → 눌림이 부담이라 세기를 한 칸 내린다. 두껍고 결도 살아야 하는 옷 → 상황마다 다르다, 꺼낼 때 신호로 다음번만 옮긴다.
옷의 특징에 따라 다음 번 탈수 세기를 옮기는 방향

세기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여기는 실수

판정까지는 수월한데, 실제로 세기를 조정하는 단계에서 손이 걸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거래를 알고 나서도 손은 예전 습관대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 모든 옷에 같은 세기를 고정해 두는 것 — 거래가 옷마다 다른데 세기를 한 번 정해 두고 안 바꾸면, 매번 어느 한쪽에서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빨래를 꺼낼 때마다 그 옷의 특징을 먼저 떠올리고 세기를 다시 맞춥니다.
  • 약탈수가 항상 안전하다고 믿는 것 — 세기를 낮추면 눌림은 줄지만 남는 물이 늘어 건조 시간이 길어지고, 그 긴 시간 자체가 다른 문제로 넘어갑니다. 두껍고 안 마르는 옷에는 세기를 낮추는 쪽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 눌린 자국을 보고 세탁기를 의심하는 것 — 옷 전체가 아니라 한쪽 면에만 몰려 눌린 자국은 탈수 세기가 아니라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려 들어간 하중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 구김이 생긴 뒤 다림질로만 해결하려는 것 — 눌린 결을 매번 다림질로 펴다 보면 섬유가 반복해서 열을 받습니다. 다림질 전에 구김이 펴질지부터 판정하는 법은 이미 생긴 구김을 펴는 판정이고, 이 글에서는 애초에 세기를 낮춰 눌림 자체를 줄이는 쪽만 다룹니다.
  • 두 극단의 옷을 한 세탁에 같이 돌리는 것 — 두꺼운 수건과 얇은 니트를 한 번에 돌리면 어느 쪽에도 맞는 세기가 없어, 한쪽은 덜 마르거나 다른 쪽은 더 눌리는 결과로 끝납니다. 세기 차이가 큰 옷은 나눠 돌리는 편이 낫습니다.

두 신호가 다음 번 세기를 결정합니다

판정은 세탁이 끝나고 옷을 꺼내는 순간에 합니다. 눌린 금이 깊게 남아 있는지, 손으로 쥐었을 때 물이 많이 배어 있는지, 이 두 신호만 보면 됩니다. 저울이나 계산 없이, 꺼낸 옷을 손에 쥐어 보는 것만으로 다음 세기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이 판정의 장점입니다.

눌린 금이 유난히 깊고 손으로 펴도 잘 안 펴지면, 그 옷에는 세기가 과했다는 뜻이라 다음번에는 한 칸 낮춥니다. 반대로 손에 물이 많이 남아 있고 옷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면, 세기가 부족했다는 뜻이라 다음번에는 한 칸 올립니다. 두 신호가 동시에 뚜렷하지 않다면 지금 세기를 그대로 두어도 되거든요.

같은 옷이라도 계절에 따라 신호가 달라질 수 있는데, 여름에는 실내 습도가 낮아 남는 물이 좀 있어도 금방 마르지만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같은 양의 물이 훨씬 오래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판정은 한 번 내리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다시 해 보는 편이 맞습니다.

세탁이 끝나면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1. 지금 돌리는 옷의 소재와 두께를 먼저 떠올린다.
  2. 두껍고 잘 안 마르는 옷이면 세기를 한 칸 올린다.
  3. 결이 살아야 하는 옷(울, 레이온 등)이면 세기를 한 칸 내린다.
  4. 세탁이 끝나면 옷을 꺼내 눌린 금이 깊은지 먼저 눈으로 본다.
  5. 손으로 쥐어 물이 많이 남아 있는지 함께 확인한다.
  6. 두 신호를 보고 다음 번 세기를 올릴지 내릴지 정한다.

세기를 한 번 정해 두고 끝내는 설정이 아니라, 꺼낼 때마다 두 신호로 다시 맞추는 값입니다. 같은 세탁기, 같은 세탁물이라도 그날그날 넣는 양과 섞인 소재 비율이 조금씩 달라서, 지난번 판정을 이번에도 그대로 베끼기보다는 매번 다시 쥐어 보는 쪽이 안전합니다.

세기와 회전수를 숫자로 정확히 맞물려 주는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칸(약·중·강)과 꺼낼 때의 신호로만 판단 기준을 세웠고, 확인되는 자료가 나오면 더 보태겠습니다. 숫자 하나로 모든 세탁기, 모든 옷에 똑같이 적용되는 값을 내놓기보다, 손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신호 쪽에 이 글의 무게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자료

  • 한국소비자원, 「[비교공감 제2020-20호] 드럼세탁기」, 2020 — 탈수성능을 세탁물에 남아 있는 수분으로 평가한다는 서술과 시험 규격으로 KS C IEC 60456(2015)을 참조한다는 내용을 확인 원문 보기
  • 국가기술표준원, 「KS C IEC 60456 가정용 전기 세탁기의 성능 측정방법」, 2021 — 적용범위에 원심력에 의한 물 축출법의 적용을 포함한다는 서술을 확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