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제를 옷장 아래 칸에 두라는 안내와 위 칸에 두라는 안내가 함께 도는 이유는, 문틈이 위쪽에 있는 옷장인지 아래쪽에 있는 옷장인지, 벽면에 결로가 먼저 생기는 옷장인지에 따라 습기가 드나드는 자리와 쌓이는 자리가 달라 정답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말만 믿고 무조건 아래 칸에 두면, 문틈이 위쪽인 옷장에서는 오히려 정답에서 멀어집니다. 두 안내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옷장 하나의 구조를 먼저 보고 나서 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습제는 위에 둬야 할까요, 아래에 둬야 할까요?
정답은 문틈이 어디 뚫려 있는지에 달렸습니다. 옷장 안은 공기가 골고루 섞이는 공간이 아니라서, 틈으로 들어온 공기는 가라앉기 전에 그 근처 칸에 먼저 오래 머뭅니다. 그래서 문틈이 위쪽에 있으면 위 칸이, 아래쪽에 있으면 아래 칸이 습기를 먼저 만나 제습제 자리로 맞습니다.
외벽에 바로 붙은 옷장은 문틈 위치와 상관없이 벽면 쪽 습기가 먼저 옵니다. 겨울철 외벽 안쪽 표면 온도가 실내보다 낮아지면 그 벽에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가 생기고, 옷장 안 습기도 그 벽에 가까운 칸부터 늘어납니다. 이런 옷장은 위아래보다 벽에 가까운 칸을 먼저 봐야 합니다. 바닥재도 변수입니다. 원목 마루나 합판 바닥은 눅눅해지는 속도가 느려서 문틈 축이 그대로 힘을 발휘하지만, 베란다 확장 공간처럼 바닥이 타일이면 문틈 위치와 상관없이 아래 칸부터 눅눅해집니다.
| 옷장 구조 | 습기가 주로 들어오는 경로 | 제습제 놓을 자리 |
|---|---|---|
| 문틈이 위쪽에 있는 붙박이장 | 위쪽 틈으로 드나드는 공기와 가장 먼저 만난다 | 위 칸 |
| 문틈이 아래쪽에 있는 붙박이장 | 아래쪽 틈으로 드나드는 공기와 가장 먼저 만난다 | 아래 칸 |
| 외벽에 바로 붙은 옷장 | 벽면 결로가 문틈 위치보다 먼저 습기를 만든다 | 결로 생기는 벽 쪽 칸 |
| 베란다 확장 공간의 타일 바닥 옷장 | 바닥에서 냉기·습기가 문틈 위치와 상관없이 올라온다 | 아래 칸 |
| 문틈이 위쪽에 있으면서 바닥까지 타일인 옷장 | 문틈 축은 위 칸을, 바닥 축은 아래 칸을 가리켜 서로 갈린다 | 아래 칸 |
여기서부터 위인지 아래인지가 갈립니다.
문틈 축과 바닥·벽면 축이 서로 다른 칸을 가리킬 때는 바닥이나 벽 쪽을 먼저 봅니다. 문틈은 여닫을 때만 잠깐 작용하지만, 바닥과 벽은 계절 내내 습기를 밀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환절기에 옷을 바꿔 넣을 때 옷장 상태를 보고 계절 옷 바꾸는 기준을 함께 짚어두면 제습제 자리를 다시 볼 시점도 같이 잡힙니다.
제습제·방충제·탈취제, 붙어 있어도 하는 일은 다릅니다
세 가지는 옷장 안에서 나란히 팔리지만 작동 방식이 전부 다릅니다. 제습제는 통 안 알갱이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해 물로 모으는 방식이고, 방충제는 고체 성분이 서서히 기체로 바뀌어 옷장 안 공간에 퍼지는 방식입니다. 탈취제는 냄새 입자를 흡착하거나 다른 향으로 덮는 쪽이라 습기나 벌레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방충제 기체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위 칸에 두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옷장 전체로 퍼지는 경로를 만듭니다. 그래서 위 칸 구석에 두는 쪽이 아래 칸 구석에 두는 쪽보다 옷장 전체에 고르게 닿습니다. 다만 기체가 옷감에 직접 닿는 자리에서는 합성섬유 일부가 변색되거나 자국이 남으니, 옷과 옷 사이보다 칸 구석 빈 자리에 둡니다.
이름이 붙어 있다고 자리까지 같이 붙일 이유는 없습니다.
습한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말, 옷장 안에서도 맞을까요?
문틈이 위쪽에 있고 벽면 결로도 없는 옷장이라면, 습기는 실제로 위 칸 근처에서 먼저 늘어납니다. 문틈이 아래쪽에 있는 옷장이라면 반대로 아래 칸이 먼저 눅눅해지는 쪽이죠. 외벽 결로가 있는 옷장은 위아래보다 벽에 가까운 자리가 먼저 젖어서, 이 통념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이 나옵니다.
통념이 못 미치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습기가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설명과 벽 쪽이 먼저 젖는다는 설명은 서로 다른 변수를 보고 있어서 같은 옷장을 두고도 답이 갈리거든요. 두 설명 다 틀렸다기보다는 어느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는 옷장인지가 다를 뿐이라고 봅니다.
붙박이장 안쪽 벽이 외벽인지 내벽인지에 따라 결로 생기는 위치가 달라지는지는 아직 하나로 정리하지 못했고, 확인되면 이 글에 보태겠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봐야 할 것
제습제 위치는 한 번 정했다고 계속 맞는 게 아니고, 계절이 바뀌면 옷장 안 옷의 종류와 양도 바뀌어서 공기 흐름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 제습제 통 안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확인한다
- 방충제가 남아있는 양을 보고 새 것으로 바꾼다
- 옷장 안쪽 벽면과 바닥 코너를 손으로 짚어 물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 옷 종류가 바뀌면서 문틈 쪽 공기 흐름이 달라졌는지 다시 살핀다
겨울 이불처럼 부피가 큰 물건을 넣고 뺄 때는 옷장 안 자리 배치가 통째로 바뀌기 쉽습니다. 충전재별로 압축 여부가 갈리는 이불 정리법을 먼저 정하고 나서 제습제 자리를 다시 잡는 순서가 낫습니다. 제습제 통에 물이 가득 찬 채로 계절 하나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관리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위와 아래를 나눠 쓰는 이유
제습제와 방충제를 같은 칸에 바짝 붙여 두지 않는 이유는 둘이 필요로 하는 공기 상태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제습제는 주변 공기의 수분을 계속 흡수해야 해서 그 자리 공기가 계속 움직이며 새로 채워져야 하고, 방충제는 그 자리 공기 중 기체 농도가 흩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쌓여 있어야 벌레를 막습니다. 제습제 바로 옆은 공기가 그쪽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는 자리라서, 방충제 기체도 쌓이기 전에 흩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위 칸과 아래 칸으로 나누거나, 최소한 서로 떨어진 구석에 두면 둘 다 제 몫을 합니다. 옷장 습도 문제는 옷장 하나로 끝나는 일도 아니고요. 필터와 냄새가 실제로 관계있는 경우처럼 다른 물건의 관리 주기에도 영향을 주지만, 그 연결까지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제습제 자리는 옷장 하나마다 다시 정하는 문제이지, 아래냐 위냐를 한 번에 정해 놓고 쓰는 규칙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