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것들

살림 정보 사이트가 흔히 다루는 효능·순위·가격을 이 사이트가 다루지 않는 이유와, 그 대신 남긴 조건별 판단 기준을 편집 원칙으로 풀어 쓴 칼럼입니다.

살림 정보 사이트라면 대개 효능이 있는지, 어떤 제품이 나은지, 값은 얼마인지부터 정리합니다. 이 사이트는 그 세 갈래를 처음부터 다루지 않기로 했는데, 이유를 하나로 줄이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건강 효능·위해 판단, 제품 추천과 순위, 가격, 확인하지 못한 수치, 지어낸 경험담까지 다섯 가지를 다루지 않고, 그 대신 조건에 따라 갈리는 판단 기준과 못 돌리는 상태를 인정하는 문장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무엇을 뺄지 정한 것도, 그 대신 무엇을 남길지 정한 것도 저입니다.

효능과 순위와 가격을 빼는 이유

건강 효능이나 위해 여부를 판단하려면 대조군을 두고 반복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이트에는 그 절차가 없습니다. 절차 없이 결론부터 내리면 순서가 바뀐 셈이라고 봅니다. 곰팡이나 먼지는 습도와 시간이 겹쳐 냄새와 얼룩, 성능 저하로 번져가는 물리적 과정입니다. 몸에 해로운지를 재는 실험과는 애초에 다른 이야기거든요. 없는 실험을 있는 척 쓰면 이 글은 위생 판정이 되어버립니다.

위해 여부를 가르는 몫은 다른 기관에 있고, 이 사이트가 가를 수 있는 건 냄새가 짙어지는 순서와 얼룩이 번지는 조건뿐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이 경계는 똑같이 적용됩니다. 위생 판정으로 넘어가려는 문장이 보이면 그 대목에서 지웁니다. 확인할 수 없는 걸 확인했다고 쓰면, 그 한 문장 때문에 사이트 전체의 신뢰가 함께 무너집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 남는 건 냄새와 얼룩, 성능 저하뿐이거든요.

제품 추천과 순위도 비슷한 이유로 뺐습니다. 추천은 그 제품을 지금도 쓰고 있고 다음 개정판이 나와도 계속 확인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그 전제를 지킬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달에 괜찮다고 적어 둬도 원단이나 소재 구성이 바뀌면 그 문장은 다음 개정판에서 그대로 낡습니다. 낡은 추천을 방치하면 그건 정보가 아니라 광고가 됩니다.

순위는 더 어렵습니다. 매기려면 비슷한 제품을 같은 조건에서 나란히 써봐야 합니다. 그런 비교는 실제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안 해본 비교에 순서를 매기는 건 순서를 지어내는 일이라고 봅니다.

가격도 다르지 않습니다.

동네마다 판매가가 다르고 세일 기간이면 같은 매장도 하루 만에 값이 바뀝니다. 적어 두는 순간부터 시세가 움직입니다. 식기세척기와 손세척 중 그릇이 상하는 지점을 가르는 글에서도 어떤 세제가 낫다는 순위 대신, 손세척은 마찰과 남은 세제 성분, 식기세척기는 고온이 겹치는 지점에서 상한다는 원인만 남겨 두었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수치와 지어낸 경험담은 성격이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습니다. 근거를 걷어내면 문장 자체가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발표 주체가 없는 숫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관리 주기를 다룬 다른 칼럼에서 이미 짚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더 무거운 쪽은 경험담입니다. 방치 기간을 재봤다거나 두 제품을 나란히 써 봤다는 문장은 그 경험을 담은 원장이 없으면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 겪은 일을 겪었다고 적으면 문장 하나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이 사이트가 서 있는 근거 자체가 사라집니다. 읽는 사람은 그 문장을 근거로 삼아 판단합니다. 아무도 겪지 않은 일이라면 그 판단은 처음부터 잘못 놓인 셈입니다.

안 쓰기로 한 문장들

다섯 가지를 뺀 몫에는 세 가지가 남습니다. 상태별로 갈라놓은 판단 기준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분기, 그리고 관리로 못 돌리는 상태를 못 돌린다고 인정하는 문장입니다. 세탁물은 소재별로 기준이 갈리고 가전은 사용 인원별로 갈리는 식이라, 하나의 정답 대신 조건마다 다른 갈림길을 남겨 둡니다.

복구된다고 쓰지 않습니다.

욕실 실리콘 곰팡이를 청소 대신 재시공으로 넘기는 판단 기준에서도 착색이 진행된 자리는 세제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대로 적었습니다. 되돌릴 수 있다고 썼다면 읽는 분은 세제를 하나 더 사고, 저는 헛수고를 하나 더 만든 셈이 됩니다. 확실하지 않은 조건은 확실하지 않다고 적어 두는 쪽이 매끈하게 결론 내리는 쪽보다 낫습니다.

이 사이트가 다른 살림 정보와 갈리는 지점은 실측이 아닙니다. 서로 어긋나는 안내를 나란히 놓고 어디서 갈리는지 대조해 판단 기준으로 바꾸는 작업, 그 편집 노동 하나가 다릅니다. 저는 이 노동이 실측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만, 그 몫을 실측인 척 채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계가 늘 또렷하지는 않습니다. 세탁물 얼룩이 왜 안 빠지는지 원인을 짚다 보면, 그 얼룩이 피부에 닿아도 괜찮은지 묻는 분이 있습니다. 그 물음은 이미 위해 판단 쪽으로 넘어가 있어서, 어디까지 답할지 매번 다시 정해야 합니다.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적어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