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실리콘의 물때 자국은 표면에 얹힌 무기질이라 닦아내면 지워지지만, 곰팡이 착색은 균사가 안쪽 기공까지 파고들어 색이 배어버린 상태라 세제로 문질러도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둘을 가르지 않고 같은 세제로 덤비면 물때만 지워지고 착색은 그대로 남아, 세제 탓을 하게 되죠.
착색이 시작된 자리는 청소 대상이 아니라 재시공 대상입니다.
닦아도 자국이 그대로면 뭘 봐야 할까요?
자국이 안 지워진다면 먼저 실리콘을 물로 적셔서 색의 경계를 보십시오. 물때는 젖으면 오히려 흐릿해지면서 얼룩 가장자리가 번지듯 퍼지지만, 곰팡이 착색은 젖어도 색이 그대로 남고 경계가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손끝으로 눌러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표면 얼룩은 문지르면 미세하게 밀리는 느낌이 있는데, 착색된 자리는 실리콘 조직 자체가 물든 거라 눌러도 색이 안 움직이거든요. 실리콘도 밀폐된 습기 조건에서 착색이 빨라진다는 점은 신발장 냄새가 문 닫는 습관에서 오는 원리와 같은 맥락인데, 신발장은 냄새로 남고 욕실 실리콘은 색으로 남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착색이 아니라 냄새가 걸린다면 원인은 대개 다른 데 있습니다.
세정제만 얹어두면 절반만 해결됩니다
곰팡이 제거용 세정제를 자국 위에 얹어 두는 대응이 흔한데, 이건 표면에 앉은 균만 지우는 방식이라 절반만 해결됩니다. 실리콘은 완전히 매끈한 재질이 아니라 미세한 기공이 있는 구조라, 균사가 그 기공을 타고 안쪽까지 들어가 뿌리를 내립니다. 세정제 성분이 표면에 머무는 동안 닿는 범위는 그 기공 입구까지고, 안쪽에 자리 잡은 뿌리까지는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번 지운 자리에서 며칠 지나 같은 자리에 다시 착색이 올라오는 겁니다.
따뜻하고 축축한 상태가 반나절 넘게 이어지면 균사가 기공 속에서 자리를 잡기 좋은 조건이 됩니다. 장마철에 유독 빨리 번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겨울보다 이 조건이 훨씬 오래 유지되거든요. 이 시기에는 세정제가 표면 균을 지워도 안쪽 뿌리가 남아, 며칠 안에 같은 자리로 색이 되돌아오는 일이 흔합니다. 방법을 바꾸는 것보다 조건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가 결과를 더 많이 가릅니다.
산성 세제와 락스 성분이 든 제품은 같이 쓰지 않습니다. 하나를 쓰고 물로 완전히 흘려보낸 뒤 다른 하나를 씁니다.
순서도 세정 성분보다 앞섭니다. 샤워 직후 실리콘 표면에 남은 물기를 먼저 걷어내지 않으면, 그 위에 세정제를 올려도 성분이 물에 희석돼 머무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말리는 게 먼저입니다.
타이밍 문제라는 점에서는 곰팡이가 보이기 전에 끝내야 하는 도마 관리와 같은데, 실리콘은 그 폭이 샤워 직후로 훨씬 좁습니다. 물기가 마르기 전, 아직 젖어 있는 동안이 이 글에서 말하는 타이밍입니다. 물기가 남아 있는 동안 하는 일은 아래 네 가지입니다.
- 수건으로 실리콘 이음매의 물기를 먼저 걷어낸다
- 고무패킹 안쪽 홈까지 손끝으로 훑어 남은 물기를 확인한다
- 환풍기를 켜서 남은 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 욕실 문을 살짝 열어 반대편 공기가 통하게 둔다
곰팡이를 막는다며 흔히 하는 일, 오히려 역효과인 게 있을까요?
네 가지가 특히 그렇습니다. 전부 착색을 막으려던 행동인데, 결과는 반대로 갑니다. 의도는 나쁘지 않은데, 실리콘이라는 재질의 특성을 거스르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하는 네 가지와 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착색된 자리를 사포나 칼로 긁어내지 않습니다 — 흠집이 생기면 다음 곰팡이가 더 쉽게 자리 잡습니다
- 물기를 머금은 수건이나 매트를 이음매에 걸쳐 두지 않습니다 — 그 밑에서 마르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납니다
- 곰팡이가 안 보일 때까지 같은 제품을 반복해서 붓는 건 여기서 멈춥니다 — 성분이 실리콘 자체를 삭게 만들어 갈라짐을 앞당깁니다
- 표면조차 지워지지 않는 건 세정제를 뿌리자마자 바로 헹궈내기 때문입니다 — 머무는 시간을 아예 주지 않는 셈입니다
네 가지 모두 착색을 막으려던 행동인데, 결과는 착색이 더 오래 남거나 실리콘이 더 빨리 상하는 쪽으로 갑니다.
다음 장마 전에 해둘 것
여기까지가 관리이고, 그 다음은 재시공입니다. 재시공 주기는 안내마다 다릅니다. 다른 이유는 매일 물이 닿는 정도와 환기 여건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표백으로는 안 돌아옵니다.
젖은 상태에서도 색이 그대로면 그 부분만 다시 시공하는 쪽이 오래 보면 더 쌉니다.
재시공은 기존 실리콘을 커터로 걷어내고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작업입니다. 한 번에 끝나는 작업이라 손이 여러 번 가지 않습니다. 재시공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만, 착색이 넓게 번진 자리에는 이것 말고 마땅한 대안이 없습니다.
곰팡이를 어디까지 다루고 어디부터는 안 다루는지는 이 사이트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 것들에 적어 두었습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젖은 상태로 한 번 확인해 두면, 그 다음 대응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