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에 줄이 가거나 색이 빠지는 것은 잉크젯이면 마른 잉크가 노즐을 막은 신호일 때가 많고, 종이가 걸리거나 인쇄면이 우는 것은 용지가 눅눅해지거나 급지 롤러가 미끄러진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오래 쉬었던 프린터를 다시 켜면 이 갈래부터 짚어야 손댈 곳이 좁혀집니다. 잉크젯과 레이저는 쉬는 동안 안에서 벌어지는 일 자체가 서로 달라,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을 같은 자리에서 찾으면 안 됩니다.
이 글은 오래 쉰 프린터를 다시 켰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잉크·용지·급지 세 갈래로 나눠 원인을 좁히는 판정까지만 다룹니다. 인쇄 품질 설정을 조정하거나 드라이버를 고치는 일, 부품을 직접 분해하는 수리는 이 범위 밖입니다.
잉크젯 헤드는 마르고, 레이저 토너는 마르지 않습니다
잉크젯 프린터는 헤드 끝의 노즐로 잉크를 밀어내 종이에 찍는 구조입니다. 이 구멍은 지름이 머리카락보다 가늘어, 잉크 방울 하나가 마르며 남기는 얇은 막만으로도 쉽게 좁아집니다. 프린터를 오래 켜지 않으면 구멍 안에 남아 있던 잉크가 공기와 닿은 채로 시간을 보내고, 물기가 날아간 자리에 색소만 눌어붙어 통로를 막습니다. 구멍 안쪽에 남은 색소가 마르는 것이 노즐 막힘의 본체입니다.
레이저 프린터는 사정이 다릅니다. 액체 잉크 대신 토너라는 가루를 쓰고, 이 가루는 열을 받아 눌어붙는 방식이라 마를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프린터는 몇 달을 쉬어도 토너 쪽 문제로 인쇄가 지저분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만, 안심할 수 없는 자리가 하나 남습니다. 뒤에서 볼 용지와 급지 롤러 쪽입니다.
필기구 잉크가 마르는 경로는 볼펜과 마커가 굳는 자리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글은 촉이나 심지 쪽 잉크가 굳는 문제였습니다. 프린터 노즐이 막히는 것도 잉크가 마른다는 점은 같지만, 막히는 자리는 펜 촉보다 훨씬 좁은 구멍 안쪽이라 손으로 문질러 뚫을 수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줄무늬나 색 빠짐, 종이 걸림은 어디를 먼저 봐야 할까요?
줄무늬가 반복되거나 특정 색만 유독 옅으면 잉크젯 노즐 쪽을 먼저 의심합니다. 종이가 급지 중간에 걸리거나 인쇄면이 물결치듯 울면 잉크보다 용지나 급지 롤러 쪽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자리를 보면 판단이 섭니다.
판정 방법은 간단합니다. 노즐 검사 패턴(프린터 메뉴에서 인쇄해 노즐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테스트 인쇄)을 한 장 뽑아 보면 잉크 쪽 문제인지 아닌지가 그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이 패턴은 헤드클리닝이 아니라 색상별로 가는 줄을 나란히 찍는 단순 확인용 인쇄라 잉크 소모가 거의 없습니다. 노즐 검사 패턴 한 장이 잉크 쪽인지 아닌지를 가장 빨리 알려 주는 도구입니다. 어느 색에서 줄이 끊기는지를 보면 막힌 노즐이 어느 것인지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증상과 확인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증상 | 의심 원인 | 확인 방법 |
|---|---|---|
| 인쇄에 가는 줄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 잉크젯 노즐 막힘 | 노즐 검사 패턴을 인쇄해 끊긴 구간이 있는지 본다 |
| 특정 색만 유독 옅거나 빠져 보인다 | 그 색 노즐만 막힘 | 검사 패턴에서 어느 색이 끊기는지 확인한다 |
| 종이가 급지 중간에 걸리거나 여러 장이 겹쳐 들어간다 | 용지가 눅눅해 붙거나 급지 롤러가 미끄러짐 | 종이 가장자리가 눅눅한지, 여러 장을 살짝 부채꼴로 펼쳐 잘 갈라지는지 본다 |
| 인쇄된 면이 물결치듯 울어 나온다 | 용지가 습기를 먹은 채로 인쇄됨 | 새 봉투에서 몇 장 꺼내 평평한 정도를 비교한다 |
| 종이가 삐뚤게 들어가거나 헛도는 소리가 난다 | 급지 롤러 표면의 먼지·마모 | 롤러를 손끝으로 문질러 매끈하게 반질거리는지 본다 |
용지 쪽이 원인일 때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습니다. 종이는 셀룰로스 섬유로 짜여 있어 공기 중 습기를 흡수하는데, 오래 방치된 용지함에서 꺼낸 종이는 가장자리부터 수분을 머금어 살짝 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태로 급지되면 롤러가 물어 넣는 힘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여러 장이 한꺼번에 딸려 들어가거나 중간에서 걸립니다. 종이가 눅눅해지는 자리 자체는 책과 종이 서류가 눅눅해지는 자리에서 다룬 것과 같은 조건이라, 프린터 용지함을 두는 자리도 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급지 롤러 쪽 문제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롤러는 고무나 특수 코팅 표면으로 종이 한 장만 물고 넘기도록 만들어졌는데, 표면에 종이 가루나 먼지가 얇게 앉으면 마찰력이 줄어 종이를 놓치거나 삐뚤게 물게 됩니다. 오래 세워 둔 프린터일수록 이 먼지층이 두꺼워질 시간이 길었다는 뜻이라, 다시 쓰기 전에 롤러 표면을 손끝으로 문질러 매끈한지 확인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프린터를 두는 자리 자체의 습도가 높다면 용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습기 물통을 비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관리 쪽에서 짚었듯 공간 전체의 습도를 낮추는 접근과, 용지함을 밀폐된 곳에 따로 두는 접근은 서로 다른 대응이라 상황에 맞게 고릅니다.
증상이 한 갈래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줄무늬와 종이 걸림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인데, 이때는 둘을 한꺼번에 판정하려 하지 말고 순서를 나눕니다. 먼저 마른 새 용지로 바꿔 급지 쪽 증상이 사라지는지부터 봅니다. 종이를 바꿨는데도 줄무늬가 남으면 그때 노즐 검사로 넘어가면 됩니다. 반대 순서로 접근하면 잉크를 소모하는 헤드클리닝을 용지 문제에 낭비할 수 있습니다. 두 증상이 겹쳐 보여도 원인은 대개 하나씩 순서대로 걷어낼 수 있고, 값싸고 되돌리기 쉬운 쪽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판정의 기본 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치려는 손이 오히려 상태를 키우는 지점
오래 쉰 프린터를 되살리려다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손동작이 있습니다. 마음이 급해 손부터 나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다만 힘보다는 순서와 방향을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래 네 가지가 특히 자주 보이는 자리입니다.
- 노즐 검사도 없이 헤드클리닝부터 여러 번 돌리는 것 — 헤드클리닝은 그때마다 잉크를 소모하는 기능이라,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반복하면 카트리지만 축나고 막힌 자리는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검사 패턴으로 어느 색이 문제인지 좁힌 뒤에 돌립니다.
- 급지 중간에 걸린 종이를 힘으로 잡아당기는 것 — 롤러에 물린 상태에서 억지로 당기면 롤러 표면이 밀리거나 안쪽 기어에 무리가 갑니다. 전원을 끄고 손이 닿는 데까지만 살살 빼내고, 안 빠지면 급지함 쪽에서 다시 시도합니다.
- 눅눅한 용지를 그대로 다시 넣어 반복 인쇄하는 것 — 한 번 걸린 자리에서 또 걸릴 가능성이 크고, 습기를 먹은 채로 인쇄하면 다음 장까지 눅눅함이 옮아갑니다. 새 봉투에서 몇 장을 꺼내 바꿔 보는 편이 원인 확인에도 빠릅니다.
- 압축공기를 헤드나 롤러 안쪽 깊숙이 뿌리는 것 — [노트북 통풍구 먼지](/guides/appliance/laptop-vent-dust)를 청소할 때와 같은 이치로, 노즐에 바짝 붙여 뿌리면 먼지나 잉크 찌꺼기가 오히려 더 깊은 틈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겉면을 마른 천으로 먼저 닦고, 그래도 안 되면 그 이상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다시 켠 뒤에도 며칠은 지켜봐야 합니다
재가동 순서를 다 밟았다고 해서 판정이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헤드클리닝으로 노즐이 뚫렸는지, 새 용지로 바꾼 뒤 걸림이 사라졌는지는 인쇄를 몇 장 더 해 봐야 확실해집니다. 첫 장은 괜찮았는데 몇 장 뒤부터 다시 흐려지는 경우도 있어, 한 번의 성공을 판정 종료 신호로 삼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잉크젯 노즐은 한 번 뚫렸다고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좁은 통로 안쪽에 남은 찌꺼기가 며칠 뒤 다시 굳어 같은 증상을 만들 수 있어, 처음 며칠은 평소보다 자주 인쇄해 상태를 확인해 두는 편이 재발을 빨리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용지나 롤러 쪽 문제였다면 회복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마른 새 용지로 바꾸고 롤러 표면의 먼지를 닦아낸 뒤 몇 장을 연속으로 넣어 봐서 걸림 없이 넘어가는지만 보면 됩니다. 방치 기간에 따른 회복 기간을 수치로 못 박기는 어렵지만, 오래 세워 둔 프린터일수록 첫 며칠은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인을 좁힌 뒤에도 확인할 순서는 남아 있습니다. 인쇄를 몇 장 더 뽑아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마지막 확인입니다. 결과가 처음과 똑같다면 그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장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면 원인이 둘 이상 겹쳐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쓰기 전 확인 순서
- 켜기 전에 잉크젯인지 레이저인지부터 확인한다.
- 잉크젯이면 노즐 검사 패턴을 먼저 인쇄해 본다.
- 종이 걸림이나 울음이 있으면 새 용지로 바꿔 인쇄해 비교한다.
- 헤드클리닝이나 롤러 청소 뒤에도 같은 증상이면 며칠 뒤 다시 확인한다.
다음에 또 몇 달을 건너뛰게 되더라도, 오늘 나눈 세 갈래를 기억해 두면 켜자마자 어디부터 볼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