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닦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보면, 닦기 전보다 줄이 더 선명한 경우가 있습니다. 천을 바꾸고 세제를 바꿔가며 몇 번을 더 문질러도 그 자리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닦은 뒤 남는 얼룩은 크게 네 갈래입니다. 마른 먼지가 물에 개어 번진 것, 기름막이 지워지지 않고 퍼진 것, 물속 미네랄이 굳어 하얗게 앉은 물때, 세제가 덜 헹궈져 뿌옇게 남은 잔여. 넷은 지워지는 조건이 서로 달라서, 무엇으로 닦을지보다 어느 갈래인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도구가 아니라 차례의 문제입니다.
네 가지 얼룩은 서로 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마른 먼지는 유리에 얹혀 있을 뿐 붙어 있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분무기부터 대면 먼지가 물에 개어 묽은 진흙이 되고, 그 진흙을 천으로 밀면 유리 한 면에 얇게 펴 바르는 꼴이 됩니다. 물이 마른 자리에는 처음보다 넓어진 먼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기름막은 밀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손이든 천이든 지나간 길을 따라 옆으로 밀릴 뿐, 계면활성제가 끼어들어 유리와 기름 사이를 떼어놓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물때는 얼룩이라기보다 앉은 물질에 가깝습니다. 수돗물에 녹아 있던 칼슘·마그네슘이 물만 증발하고 남아 유리 표면에 결정으로 굳은 것이라, 알칼리 세제로는 반응이 없습니다. 이 결정은 산성 환경에서 풀립니다. 세제 잔여는 성격이 또 다릅니다. 헹굼이나 마른 닦기를 건너뛰면 세제 성분이 얇은 막으로 남고, 그 막이 마르면서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뿌옇게 흐려 보입니다.
물때는 닦아서 지는 얼룩이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표면에서도 비슷합니다. 유리에서만 유독 심해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벽이나 바닥은 빛이 튕겨 나온 것을 보지만, 유리는 빛이 통과한 것을 봅니다. 통과하는 길에 얇은 막이 하나 끼면 그 막의 두께 차이가 그대로 밝기 차이로 읽힙니다. 같은 두께로 남은 세제 막이 타일 위에서는 눈에 안 띄고 유리에서는 줄로 보이는 게 그래서입니다. 유리를 닦고 나서 결과가 유난히 야박하게 느껴진다면, 덜 닦아서가 아니라 유리라서 그렇습니다.
햇빛이 정면으로 드는 자리에서 닦으면 이 막이 더 잘 생깁니다. 천이 지나간 뒤 물기가 마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세제와 수분이 퍼져 나갈 틈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거든요. 그늘 진 시간대를 고르는 건 작업이 편해서가 아니라 마르는 속도를 늦추려는 겁니다.
물때는 오래 두면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결정이 앉은 채로 계절을 여러 번 지나면 유리 표면 자체가 미세하게 파여서, 산성 처리로 결정을 걷어내도 그 자리가 흐릿하게 남습니다. 손톱으로 긁어도 걸리는 게 없는데 특정 각도에서만 자국이 보인다면 이쪽입니다. 여기부터는 닦는 일이 아니라 연마나 교체 쪽인데,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되는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결정이 손끝에 걸리는 단계라면 늦지 않았습니다.
산성 처리를 꺼내기 전에 걸러야 할 창도 있습니다. 발수 코팅이 되어 있거나 단열 필름이 붙은 유리는 산성 액과 마른 마찰을 둘 다 반기지 않습니다. 비 오는 날 물방울이 흘러내리지 않고 구슬처럼 맺혀 굴러 내려가면 코팅이 살아 있는 창이고, 실내 쪽 면을 손끝으로 눌렀을 때 유리가 아니라 얇은 막처럼 밀리면 필름이 붙은 창입니다. 이런 창은 물때가 보여도 물과 마른 닦기 선에서 끊는 편이 낫습니다. 코팅을 벗겨 놓고 얼룩만 지우면 남는 게 없으니까요.
내 창의 얼룩은 어느 쪽일까요
확인은 손끝과 빛으로 합니다. 유리 귀퉁이를 골라 마른 손끝으로 짧게 문질러 봅니다. 회색 가루가 묻어나면 마른 먼지, 가루 없이 미끄럽게 밀리면 기름막입니다. 기름막은 주방 창이나 도로에 면한 저층 창에서 자주 나오는데, 조리 중 튀어 오른 기름 입자와 배기가스 그을음이 실내 면과 바깥 면 양쪽에 함께 내려앉기 때문입니다.
손끝에 아무것도 안 묻는데 흐리다면 물때와 세제 잔여 중 하나입니다. 이 둘은 빛의 각도로 갈립니다. 창을 정면에서 보지 말고 비스듬히 서서 보면, 물때는 흰 점이나 결정 모양으로 도드라지고 세제 잔여는 면 전체가 고르게 뿌옇습니다. 물때 쪽은 손끝에 모래알처럼 걸리는 느낌이 남는 경우도 있더군요.
둘 다 애매하면 흰 티슈 한 장이 빠릅니다. 모서리를 살짝 문질러서 가루가 묻으면 마른 먼지, 기름기가 배어 티슈가 비치면 기름막, 아무것도 안 묻는데 창은 여전히 흐리면 물때나 세제 잔여 쪽입니다.
흐린 게 얼룩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복층유리는 유리 두 장 사이를 밀폐해 놓은 구조인데, 그 밀폐가 새면 두 장 사이에 김이 서리거나 흰 자국이 앉습니다. 이건 안쪽 면도 바깥쪽 면도 아니라서 어느 쪽을 닦아도 손이 닿지 않습니다. 양면을 다 닦고 말린 뒤에도 자국이 유리 두께 안쪽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날이 흐린 날과 갠 날에 진하기가 달라지면 이쪽을 의심합니다.
오래 방치한 창은 한 갈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른 먼지 위에 기름막이 덮이고 그 위에 지난번 세제까지 남아 있는 상태가 흔합니다. 이럴 때 어느 하나로 정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처리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위에 얹힌 것부터 차례로 걷어내면 그만입니다.
먼지 먼저, 기름 다음, 물때는 기다렸다가
마른 손질이 먼저입니다.
마른 솔이나 마른 극세사 천으로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면 얹혀 있던 먼지는 대부분 걷힙니다. 넓은 창이라면 청소기 흡입구를 약한 단으로 대고 훑어도 됩니다. 이 단계를 끝내고 물을 대면 씻겨 내려갈 먼지의 양 자체가 적어서, 유리 면에 퍼질 것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기름막은 희석한 주방 세제를 적신 천으로 닦고, 곧바로 깨끗한 물을 적신 천으로 한 번 더 지나갑니다. 세제가 기름을 떼어놓아도 그 세제가 유리에 남으면 이번엔 세제 잔여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마른 극세사 천입니다. 세제 닦기와 물 닦기 사이, 물 닦기와 마른 닦기 사이를 벌리지 않는 게 요령이고, 중간에 다른 창으로 옮겼다가 돌아오면 그사이 말라버린 자리가 다시 얼룩으로 남습니다.
물때에는 묽은 식초 물이나 시트르산 물을 씁니다. 산이 결정을 녹이는 방식이라 분무하고 나서 몇 분은 두어야 하고, 뿌리자마자 닦으면 덜 풀린 결정이 흐릿하게 그대로 남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액이 흘러내려 마르면 그 자리에 새 자국이 생기니, 물때가 넓으면 한 번에 하지 말고 한 뼘씩 끊어 갑니다. 변기 물때도 산성 쪽으로 가르고 나서야 손이 줄었는데, 유리는 투명해서 남은 자국이 더 잘 보일 뿐 원리는 같습니다.
세제 잔여만 있는 창이라면 여기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물 적신 천 한 번, 마른 천 한 번이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안쪽은 가로로, 바깥쪽은 세로로
양면을 같은 방향으로 닦으면 마른 뒤에 남은 줄이 안쪽 것인지 바깥쪽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안쪽을 가로로, 바깥쪽을 세로로 닦아두면 줄의 방향만 보고 어느 면을 다시 잡을지가 정해집니다. 큰 창일수록 이 차이가 크게 돌아옵니다. 양면을 전부 다시 닦느냐, 한 면만 다시 닦느냐가 갈리니까요.
방향은 위에서 아래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 이미 마무리한 자리로 물기가 흘러내려 아래쪽에 자국이 몰립니다.
창이 팔 길이보다 넓어지면 천만으로는 물기를 제때 못 걷습니다. 한쪽 끝을 닦는 동안 먼저 지나간 쪽이 이미 마르기 시작해서, 넓은 창일수록 마른 자국이 가운데에 몰리거든요. 이 크기부터는 고무날이 달린 스퀴지 쪽이 유리합니다. 한 번에 한 줄씩 물을 아래로 밀어내니 마르기를 기다릴 틈이 없습니다. 반대로 작은 창이나 격자로 나뉜 창은 스퀴지 날이 모서리에 자꾸 걸려서 천이 낫습니다. 기준은 도구의 성능이 아니라 한 면을 몇 번에 나눠 지나가야 하느냐입니다.
천은 결과를 꽤 바꿉니다. 극세사는 올 하나가 가늘어 유리 표면의 미세한 골에 들어가 오염을 끌고 나오지만, 면 행주나 쓰던 수건은 올이 굵어 솜털을 남깁니다. 신문지가 오래 쓰인 건 잉크가 정전기를 눌러 먼지가 덜 앉게 한다는 설명 때문인데, 인쇄 방식이 바뀌면서 잉크 성분도 달라져 예전만큼 일정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무엇을 쓰든 기름을 한 번 닦은 천을 다시 유리에 대는 것만 피하면 됩니다. 그건 지우는 게 아니라 옮기는 일이거든요.
처음 닦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자리
방법을 몰라서 생기는 얼룩보다, 알고도 한 단계를 건너뛰어 생기는 얼룩이 많습니다. 순서를 아는 사람도 여기서는 한 번씩 되돌아갑니다. 아래 다섯 가지는 앞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결과를 자주 뒤집는 자리입니다.
- 세제를 유리에 직접 뿌리는 것 — 분무액이 유리 면을 타고 흘러내려 아래 가장자리와 창틀에 고입니다. 고인 자리가 늦게 마르면서 유리 아래쪽에만 띠 모양 자국이 생깁니다. 유리가 아니라 천에 적셔서 대는 편이 낫습니다.
- 스퀴지 날이나 천의 접힌 면을 중간에 닦지 않는 것 — 한 줄을 지나갈 때마다 걷어낸 오염이 날 끝에 얹힙니다. 그대로 다음 줄을 그으면 방금 모은 것을 도로 유리에 그어놓는 셈이 됩니다. 한 줄마다 마른 천으로 날을 훔치고 갑니다.
- 유리만 닦고 고무 패킹과 창틀 홈을 그대로 두는 것 — 홈에 남은 물이 몇 시간에 걸쳐 유리 쪽으로 배어 나옵니다. 유리를 다 말려도 아래쪽에 새 자국이 도는 창은 대개 여기가 원인입니다.
- 물때에 알칼리 세제를 더 세게, 더 여러 번 쓰는 것 — 안 지워지니까 힘을 올리게 되는데 성분이 애초에 결정과 반응하지 않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게 세제의 양 문제인지 종류 문제인지부터 가릅니다.
- 비가 그친 직후를 골라 닦는 것 — 비를 맞은 유리는 깨끗해 보이지만, 빗물이 마르면서 공기 중 먼지와 미네랄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습니다. 젖어 있을 때 안 보이던 물자국이 닦고 나서야 드러나는 이유가 이겁니다. 창이 한 번 완전히 마른 뒤에 상태를 보고 시작합니다.
마른 뒤에 한 번 더 봅니다
닦는 동안에는 유리가 젖어 있어서 얼룩이 잘 안 보입니다. 물기가 마르면서 남는 것이 결국 결과이니, 판단은 5분에서 10분쯤 지난 뒤에 해야 맞습니다. 그때 비스듬히 서서 한 번 보면 어느 자리에 어떤 얼룩이 남는 창인지가 드러납니다.
이 확인이 다음번을 줄여 줍니다. 아래쪽에만 흰 자국이 반복되는 창이면 물때 처리를 먼저 잡으면 되고, 면 전체가 고르게 흐리면 마른 닦기를 놓친 겁니다. 줄이 한 방향으로만 그어져 있다면 그 방향으로 닦은 면 한 쪽만 다시 잡으면 됩니다. 매번 네 갈래를 처음부터 다 확인할 일이 없어지는 거죠.
닦는 간격도 창마다 따로 잡히게 됩니다. 도로에 면한 창은 기름막이 먼저 쌓이고 볕이 길게 드는 창은 물때가 먼저 굳으니, 한 집 안에 있는 창이라고 같은 날 함께 닦을 이유는 없는 셈입니다.
한 가지는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창을 같은 순서로 닦아도 어떤 날은 줄이 남고 어떤 날은 안 남는다는 이야기가 여럿 있는데, 습도 탓인지 수돗물 경도가 계절마다 달라지는 탓인지 하나로 못 적겠습니다. 다만 양쪽 다 마르는 속도와 얽혀 있어서, 줄이 남는 날이면 그늘이 진 뒤에 다시 해보는 편이 낫습니다.
창 앞에 서서 순서대로
- 귀퉁이를 손끝으로 문질러 가루인지 기름기인지 먼저 본다.
- 가루가 나오면 마른 솔이나 마른 천으로 위에서 아래로 털어낸다.
- 기름기가 잡히면 희석 세제 → 물 닦기 → 마른 닦기를 끊지 말고 이어서 한다.
- 비스듬히 서서 흰 결정이 도드라지는지, 면이 고르게 뿌연지 갈라 본다.
- 결정이 보이면 산성 액을 뿌리고 몇 분 둔 뒤 한 뼘씩 끊어서 닦는다.
- 안쪽은 가로로, 바깥쪽은 세로로 마무리하고 5분 뒤에 다시 본다.
창틀 레일에 물이 남는 것도 배수 구멍이 막혀 물길 차례가 어긋난 문제였는데, 유리 면도 구조가 같습니다. 갈래는 넷뿐이고 넷 다 확인에 몇 초면 됩니다. 도구를 늘리는 대신 이 창이 어떤 얼룩을 남기는 창인지 한 번 알아두면, 다음부터는 손이 먼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