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다음 날 창문을 열어보면 레일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을 분명히 닫아 놓았는데 그 안에 물이 남아 있으니 어디선가 새는 것 아닌가 싶어지죠. 창틀 레일에 남은 이 물은 겉면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서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아래쪽 배수구멍이 제대로 뚫려 있는지부터 확인해서 밖으로 빼내야 하는 대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면만 훔치고 방충망을 도로 끼우면 레일 안쪽은 계속 젖은 채로 남습니다.
그런데 정작 갈라야 할 축은 닦는 도구가 아니라 물이 새로 생기는 중인지, 아니면 원래 빠져야 할 물이 막혀서 못 빠진 것인지입니다. 빗물이 새로 들어오는 상황과 결로가 새로 맺히는 상황, 배수구멍이 막혀 이미 들어온 물이 못 빠지는 상황은 이 축 위에서 자리가 다 다르게 놓입니다.
고인 물, 어디서 왔는지부터 봐야 할까요?
물이 고인 자리보다 먼저 볼 것은 그 물이 어디서 들어왔는가입니다. 빗물이 새어 들어온 경우와 결로가 맺혀 흘러내린 경우, 배수구멍이 막혀 못 빠진 경우로 나뉩니다. 이 세 갈래는 다음에 손댈 자리가 서로 다릅니다.
빗물이 새어 들어온 경우는 창틀과 벽체가 만나는 이음매나 창짝 테두리의 고무 패킹 틈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태풍처럼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옆에서 들이칠 때 이 틈으로 빗물이 밀려 들어오고, 바람이 잦아들면 유입은 멈추지만 이미 들어온 물은 레일 바닥에 그대로 남습니다.
결로로 맺힌 경우는 결이 다릅니다. 창문을 다 닫아 놓았는데도 물이 새로 생깁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큰 유리면이나 새시 프레임 표면에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고, 그 물방울이 흘러내려 레일에 고이는 구조입니다. 태풍 직후에는 기온과 습도가 며칠 사이 급하게 오르내려, 이 결로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원래는 물이 빠져야 하는데 못 빠진 경우입니다. 창틀 아래쪽에는 빗물이나 결로수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배수구멍이 뚫려 있는데, 먼지나 벌레 사체, 흙 부스러기가 이 구멍을 막으면 물이 레일 안에 그대로 갇힙니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뒤에는 흙먼지가 구멍으로 함께 밀려 들어와 막히는 경우가 특히 잦습니다.
세 갈래를 가르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창문을 완전히 닫아 둔 상태에서 하루쯤 지켜봤을 때 물이 계속 새로 생기는가입니다. 더 안 생기면 이미 들어온 빗물이 고여 있는 것이고, 그대로 다시 맺히면 결로거나 배수구멍이 막힌 것입니다.
태풍처럼 강풍과 많은 비가 함께 지나간 뒤에는 이 세 갈래가 한 자리에서 겹쳐 나타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강한 바람에 빗물이 먼저 밀려 들어오고, 뒤이어 기온이 떨어지며 결로까지 더해지고, 거기에 흙먼지가 배수구멍마저 막아버리는 순서로 겹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럴 땐 겹친 원인 중 눈에 먼저 띄는 것 하나만 찾아 결론짓지 말고, 순서를 정해 하나씩 짚어야 헛짚지 않습니다. 먼저 배수구멍부터 확인합니다. 구멍이 막혀 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물이 안 빠질 이유가 충분하므로, 뚫은 뒤에도 물이 새로 생기는지를 다시 지켜봐야 나머지 두 갈래를 가릴 수 있습니다. 구멍이 이미 뚫려 있는데도 물이 새로 생긴다면 그때 표면 온도와 벽체 이음매 쪽으로 순서를 옮겨 살핍니다. 구멍부터 짚지 않고 표면 온도나 벽체 이음매를 먼저 살피면, 실제로는 구멍이 막혀 있었는데도 결로나 빗물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오판이 생기기 쉽습니다.
창이 여러 개인 집이라면 이 순서를 창마다 따로 적용해야 합니다. 한 창에서 배수구멍이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해서 다른 창도 같은 원인일 거라 넘겨짚으면, 정작 다른 원인으로 물이 고인 창을 그대로 지나치게 되고, 그 창은 다음 비가 올 때마다 똑같이 물이 고이는 채로 남습니다.
닦아서 안 보이면 끝났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눈에 보이는 물기만 닦고 끝내는 것입니다. 레일 표면은 마른 헝겊으로 몇 번 훑으면 금방 말라 보이지만, 배수구멍 안쪽이나 레일 홈 깊숙한 자리는 손이 잘 안 닿아 젖은 채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상태로 창을 닫고 방충망까지 끼워 버리면 안쪽은 계속 습한 채로 갇힙니다. 며칠 뒤 같은 자리에서 검은 자국이 다시 올라오는 이유가 대개 여기에 있습니다.
- 표면만 훔치고 끝내는 것 — 레일 바닥의 물기는 지워지지만 배수구멍 안쪽과 창틀 코너 이음매에는 물이 그대로 남습니다. 면봉이나 가는 솔로 구멍 안쪽까지 한 번 더 짚어봅니다.
-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방충망부터 다시 끼우는 것 — 방충망 프레임이 레일을 덮으면 그 아래가 안 보여 마른 줄 알고 넘어가게 됩니다. 프레임을 씌우기 전에 레일 안쪽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확인이 이 지점에서 자주 빠집니다.
- 남은 얼룩을 곰팡이로 오해해 세게 문지르는 것 — 먼지가 젖어 눌어붙은 자국과 균사가 자리 잡은 자국은 다르고, 세게 문지르면 오히려 새시 표면 코팅이 상합니다. 마른 상태에서 색이 다시 도드라지는지로 구분합니다.
- 배수구멍이 있는 줄 모르고 안쪽까지 안 살피는 것 — 창짝 아래쪽 가장자리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멍 자체를 못 찾는 경우가 흔합니다. 창을 열고 아래 레일 양쪽 끝을 손끝으로 짚어보면 작은 구멍이 만져집니다.
방법을 몰라서 벌어지는 실수가 아닙니다.
물이 안 보이는 상태와 물이 다 빠진 상태를 같은 걸로 여겨서 벌어지는 실수입니다. 레일 홈처럼 손이 닿기 어려운 좁은 틈에 물기가 갇히고 배수 경로까지 막혀 있으면, 그 틈은 마를 기회조차 없이 계속 젖어 있게 됩니다. 실리콘 틈에서 검은 자국이 번지는 순서를 보면, 틈이 마를 길을 잃었을 때 벌어지는 일이 창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배수구멍이 막히면 계속 고입니다
창틀 아래 레일에는 원래 물이 고이지 않게 설계된 배수 구조가 있습니다. 창짝을 받치는 하부 프레임에 작은 구멍을 뚫어 빗물이나 결로수가 창밖으로 자연스럽게 빠지게 만든 것입니다. 이 구멍을 흔히 물빠짐 구멍 또는 배수구멍이라고 부릅니다.
창틀 아래에는 이런 배수구멍이 보통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멍이 하나뿐이면 그 하나가 막혔을 때 대책이 없지만, 여러 개를 나눠 두면 하나가 막혀도 나머지가 물을 빼낼 수 있어서입니다.
문제는 이 구멍이 먼지·벌레 사체·모래알처럼 작은 이물질에도 쉽게 막힌다는 점입니다. 구멍이 반쯤 막힌 채로 비가 몇 차례 더 내리면 레일에 물이 들어왔다 못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눈에 잘 안 띄는 방충망 프레임 아래에 물이 계속 고이면서 코팅이 벗겨지거나 검은 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장마철 신발·가방이 젖은 채로 방치돼 곰팡이가 자리 잡는 경로와 구조가 비슷합니다 — 물기가 오래 머무는 자리부터 먼저 문제가 시작됩니다.
구멍을 뚫을 때 몇 가지는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철사를 억지로 세게 밀어 넣으면 이물질이 더 깊이 박혀 다음에는 못 빼낼 수 있고, 방충 목적이라도 실리콘이나 테이프로 구멍 자체를 막아 버리면 물길이 아예 없어져 고인 물이 오히려 늘어납니다. 세제나 세정 스프레이를 구멍 안쪽에 뿌려 넣는 것도 피하는데, 흘러나온 성분이 창밖 벽면이나 외벽 마감재를 얼룩지게 할 수 있어서입니다.
빗물과 결로, 손끝으로 구분할 수 있나요?
구분은 가능합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여유가 없을 때는 손끝으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결로는 유리면이나 새시 프레임 표면 온도가 실내 이슬점보다 낮을 때 생기므로, 창문 위쪽 유리 가장자리나 새시 모서리를 손끝으로 짚어봐서 다른 자리보다 유난히 차갑다면 결로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반대로 창틀 테두리 고무 패킹 주변에 물기가 몰려 있고 벽 쪽 이음매가 젖어 있다면 빗물이 들이친 쪽에 가깝습니다.
물이 고인 위치도 힌트가 됩니다. 레일 전체에 고르게 물이 퍼져 있으면 배수구멍이 막혀 못 빠진 경우일 가능성이 크고, 한쪽 구석에만 몰려 있으면 그쪽 벽체 이음매로 빗물이 들이쳤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다만 두 원인이 겹쳐 있는 경우도 있어, 물 자국 하나만으로 단정하지는 않는 편이 낫습니다. 판정이 애매할 때는 앞서 짚은 대로 배수구멍부터 확인한 뒤 표면 온도, 벽체 이음매 순서로 하나씩 좁혀 가면 됩니다.
이 손끝 판정은 계절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봐 둘 만합니다. 실내외 온도차가 크게 벌어지는 겨울철 새벽에는 결로 쪽 신호가 뚜렷하게 잡히지만, 태풍이 몰아치는 여름철에는 실내외 온도차가 크지 않아 새시 표면이 그다지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손끝 판정만으로는 결로 여부를 가르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물이 맺힌 위치를 유리면 쪽인지 레일 바닥 쪽인지로 다시 나눠 보는 편이 낫습니다. 유리면에 물방울이 남아 있으면 결로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유리면은 말라 있는데 레일 바닥에만 물이 고여 있으면 빗물이나 배수구멍 막힘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말리는 순서는 레일 바닥부터입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닦아도 다시 젖습니다. 표면 물기부터 닦기 전에 배수구멍이 뚫려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구멍이 막힌 채로 표면만 닦으면 다음 비에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구멍을 뚫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는 철사나 이쑤시개, 면봉처럼 얇은 도구로 구멍 안쪽을 짧게 여러 번 나눠 찔러 막힌 것을 밀어냅니다. 뭔가 빠져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물을 살짝 흘려 잘 빠지는지 확인합니다.
구멍이 뚫린 뒤에는 레일 바닥에 남은 물을 마른 헝겊이나 휴지로 걷어내고, 레일 홈 안쪽까지 마르도록 창문을 한동안 열어 둡니다. 안쪽까지 마르는 데는 표면보다 시간이 더 걸리니, 눈으로 마른 것 같아도 반나절은 그대로 열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물기부터 닦고 구멍은 나중에 보는 순서를 밟으면, 닦는 동안 손에 묻은 물기가 오히려 구멍 주변으로 옮겨 가고 정작 막힌 자리는 그대로 남습니다. 순서가 반대면 결과도 반대로 갑니다.
열풍기나 압축공기 스프레이로 빨리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급하게 열을 가하면 새시 표면과 고무 패킹이 뜨거워지면서 늘어났다 식으며 미세하게 수축하는 일이 반복돼 이음매가 오히려 헐거워질 수 있습니다. 자연 건조가 느려 보여도 결국 새시 수명 쪽에서는 더 안전한 선택입니다. 습기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빼는 쪽이 낫다는 점은 옷장 제습제를 위아래 중 어디에 두는지에서 다룬 습도 관리 원리와도 통합니다.
구멍이 살아 있으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여러 확인 방법을 다뤘지만, 정말 하나만 남긴다면 배수구멍이 늘 뚫려 있게 주기적으로 열어 두는 것입니다. 빗물이든 결로든 배수구멍이 막힘없이 뚫려 있으면 레일에 물이 오래 머물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구멍이 막힌 채로 두면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같습니다. 물이 안 빠지고 레일 안쪽에 계속 고입니다.
태풍이나 장마처럼 많은 비가 한꺼번에 지나간 뒤에는 이 구멍이 흙먼지로 막혀 있을 가능성이 평소보다 큽니다. 비가 완전히 그치고 창문 주변이 마른 다음 날, 창을 열어 아래 레일 양쪽 끝을 손끝으로 한 번 짚어보는 습관 하나만 들여도 다음 비 때 같은 자리에서 물이 고이는 일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한 집에 창이 여러 개라면 전부 같은 시기에 같이 막히지는 않습니다. 볕이 잘 안 드는 뒤쪽 창이나 바람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창부터 먼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더군요. 앞쪽 큰 창만 확인하고 넘어가지 말고 작은 창이나 베란다 창까지 한 번씩 순서대로 짚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한 번 확인해서 멀쩡하면 그다음부터는 굳이 매번 다 열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 확인을 특별한 날에만 하는 일로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오래갑니다. 창문을 열고 닫는 김에 손끝으로 레일 끝을 한 번 짚어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 정도만 몸에 붙여 두면, 다음 태풍이 지나가도 아침에 창을 열자마자 흥건한 물부터 보게 되는 일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다음 비 오기 전에 확인할 것
- 창을 열고 아래 레일 양쪽 끝을 손끝으로 짚어 배수구멍이 뚫려 있는지 확인한다.
- 구멍이 막혀 있으면 가는 철사나 면봉으로 짧게 여러 번 나눠 이물질을 밀어낸다.
- 물기를 닦기 전에 구멍부터 뚫어 물이 실제로 빠지는지 확인한다.
- 레일 바닥 물기를 걷어낸 뒤 방충망을 끼우기 전에 반나절 정도 창을 열어 완전히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