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나 욕조 물이 평소보다 느리게 빠질 때는, 뚫는 방법을 찾기 전에 물이 어떤 모양으로 빠지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가운데로 소용돌이가 서면서 천천히 내려가면 마개 바로 밑이 막힌 것이고, 소용돌이 없이 가장자리부터 물이 차오르며 잘 안 내려가면 그보다 아래쪽이 좁아진 것입니다.
"물이 안 빠진다"는 한 마디로 뭉뚱그려 부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두 자리의 문제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나는 마개와 배수구 입구 사이에 머리카락과 비누때가 엉겨 붙은 위쪽 막힘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밑 배관 안쪽이 오래 눌어붙은 때로 좁아진 아래쪽 막힘입니다. 위쪽은 손과 도구가 닿지만 아래쪽은 닿지 않으니, 이 둘을 먼저 갈라야 헛수고를 안 합니다.
두 자리는 뚫는 방법이 반대에 가깝습니다.
소용돌이가 서는지, 가장자리부터 차오르는지 봅니다
먼저 물을 조금 받아 흘려보내면서 빠지는 모양을 관찰합니다. 배수가 정상일 때는 물이 배수구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며 작은 소용돌이가 섭니다. 이 소용돌이는 물이 아래로 곧장 떨어질 통로가 열려 있다는 신호입니다. 통로 어딘가가 좁아지면 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아래에서 막혀, 소용돌이가 약해지거나 아예 서지 않고 수면이 위로 밀려 올라옵니다.
여기서 두 모양이 갈립니다. 물이 가운데로는 조금씩 빨려 들어가는데 전체적으로 느리다면, 통로 자체는 열려 있으나 그 통로가 좁다는 뜻이라 아래쪽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소용돌이가 거의 서지 않고 배수구 위에 물이 얇게 깔린 채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차오른다면, 입구 바로 밑이 막혀 물이 들어갈 자리 자체가 좁아진 위쪽 문제에 가깝습니다.
한 가지 더 봐 둘 게 있습니다. 물을 내릴 때 배수구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나거나, 다 빠진 뒤 한참 있다 공기 빠지는 소리가 올라온다면 이건 막힘과는 다른 축입니다. 냄새가 함께 올라온다면 배수 자체보다 트랩이 말랐거나 봉수가 깨진 쪽을 의심해야 하는데, 이건 배수구 냄새가 언제 나는지로 원인을 가르는 확인이 더 맞습니다. 이 글은 냄새가 아니라 물이 느린 경우로 좁힙니다.
모양을 한 번 봤다고 끝이 아닙니다. 위쪽과 아래쪽이 함께 막힌 경우도 있어서, 위쪽을 걷어낸 다음 다시 물을 흘려 모양을 확인해야 아래쪽이 남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관찰은 시작할 때 한 번, 위쪽을 손본 뒤 다시 한 번, 이렇게 두 번 하게 됩니다.
| 물 빠지는 모양 | 짐작되는 자리 | 먼저 해 볼 것 |
|---|---|---|
| 소용돌이 없이 가장자리부터 차오름 | 마개 바로 밑(위쪽) | 마개를 빼고 엉긴 것을 걷어냄 |
| 가운데로 조금씩 빨리되 전체가 느림 | 배관 안쪽(아래쪽) | 뜨거운 물을 붓고 압력으로 밀어냄 |
| 위쪽을 걷어냈는데 여전히 느림 | 아래쪽이 함께 막힘 | 아래쪽 방법으로 넘어감 |
| 꼬르륵 소리·냄새가 함께 남 | 배수보다 트랩·봉수 | 냄새 쪽 확인으로 옮김 |
표의 판정으로 갈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용돌이는 서는데 물 내려가는 속도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느린 상태인데, 이때는 한 지점이 막힌 것이 아니라 관 안쪽 전체에 기름과 비누때가 얇게 눌어붙어 지름이 줄어든 것일 수 있습니다. 걷어낼 덩어리가 없으니 위쪽을 아무리 청소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상태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으니 하루아침에 되돌아가지도 않습니다. 뜨거운 물을 한 번 붓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름이 굳는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입니다. 설거지 뒤 마지막에 더운물을 잠깐 흘려보내는 정도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그건 손댈 범위를 넘어선 자리라, 관 자체를 보는 쪽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오래된 집이거나 같은 라인의 다른 집도 함께 느리다면 개별 세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더 해 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쪽이면 마개를 빼고 걷어내는 게 먼저입니다
관찰에서 위쪽으로 기울었다면, 배수구 마개부터 빼 봅니다. 세면대 마개는 대개 아래 손잡이를 당기면 위로 올라오는 팝업식이거나, 손으로 돌려 빼는 방식입니다. 팝업식은 세면대 밑에서 마개와 연결된 막대를 빼야 완전히 분리되는 경우가 많으니, 잘 안 빠지면 억지로 당기기 전에 아래 연결부를 먼저 봅니다. 억지로 당기면 연결 막대가 휘거나 빠질 수 있어, 안 빠질 때는 힘보다 구조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개를 빼면 그 바로 밑에 머리카락과 비누때, 치약 찌꺼기가 실타래처럼 엉겨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게 위쪽 막힘의 정체입니다. 물에 녹지 않는 머리카락이 그물처럼 걸리면, 거기에 비누때가 들러붙어 물길을 좁힙니다. 이 덩어리는 화학 세정제로 녹이는 것보다 집게나 갈고리 모양 도구로 끌어내는 쪽이 확실합니다. 손이 닿는 자리라 걷어내면 그 자리에서 물길이 열립니다. 손으로 직접 만지기 꺼려지면 위생장갑을 끼고 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걷어내는 동작 자체입니다.
걷어낸 뒤에는 반드시 물을 다시 흘려 모양을 확인합니다. 소용돌이가 다시 서고 물이 빠르게 내려가면 위쪽 하나로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걷어냈는데도 여전히 느리다면, 위쪽은 원인의 일부였을 뿐이고 아래쪽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걷어낸 것으로 다 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만, 적어도 위쪽은 후보에서 지워졌으니 다음은 아래쪽만 보면 됩니다.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어도 예전 같지 않다면, 이것도 아래쪽이 일부 남아 있다는 신호로 봅니다.
아래쪽이면 녹이기보다 밀어내는 쪽입니다
위쪽을 걷어냈는데도 느리거나, 처음부터 아래쪽 모양이었다면 손이 닿지 않는 관 안쪽이 좁아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접근이 달라집니다. 걷어낼 수 없으니, 좁아진 통로를 넓히거나 뚫어 내는 힘을 씁니다.
가장 먼저 해 볼 것은 뜨거운 물입니다. 팔팔 끓는 물이 아니라 손을 대기 어려운 정도의 뜨거운 물을 여러 번 나눠 붓습니다. 아래쪽 좁아짐의 상당 부분은 비누와 기름 성분이 관 안쪽에 굳어 눌어붙은 것이라, 열이 그 굳은 층을 무르게 만들어 흘려보내기 쉽게 합니다. 다만 세면대나 변기 도기, 특히 오래된 배관은 갑작스러운 고온에 약할 수 있으니 끓는 물을 한꺼번에 붓지는 않습니다.
그다음은 밀어내는 힘입니다. 흔히 쓰는 고무 압축기는 배수구를 막고 눌렀다 당기며 관 안의 물을 앞뒤로 흔들어, 좁아진 자리에 걸린 것을 밀어냅니다. 쓸 때는 넘침 방지 구멍(세면대 위쪽에 뚫린 작은 구멍)을 젖은 천으로 막아야 압력이 새지 않고 관 쪽으로 전달됩니다. 이 압력은 무언가를 녹이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것이라, 위쪽 머리카락 덩어리에는 잘 듣지 않고 아래쪽 좁아짐에 맞습니다. 자리를 먼저 가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위쪽 문제에 압축기를 아무리 눌러도 덩어리가 그물처럼 걸려 있어 잘 밀려나지 않습니다만, 아래쪽 좁아짐에는 이 힘이 통합니다.
화학 세정제는 이 단계에서도 마지막 순서에 둡니다. 뜨거운 물과 압축으로도 안 풀릴 때 쓰되, 붓기 전에 고인 물을 최대한 퍼내야 세정제가 물에 희석되지 않고 관 벽에 닿습니다. 샤워기 헤드 물줄기가 약해질 때 원인을 가르는 확인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무엇이 좁혔는지를 모른 채 약품부터 붓는 순서가 가장 흔한 헛수고입니다.
자리를 안 가르고 손대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막힌 자리를 가르지 않은 채 손대면, 힘은 힘대로 쓰고 물길은 안 열리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겉보기엔 할 건 다 해본 것 같은데 물은 그대로인 경우, 대부분 아래 세 가지 중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셋 다 손을 놀리는 순서나 세기보다, 애초에 자리를 짚지 않고 시작한 데서 갈립니다.
- 모양을 안 보고 화학 세정제부터 붓는 것 — 위쪽이 머리카락으로 막힌 관에 세정제를 부으면, 세정제가 그 덩어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위에 고인 채 도기와 접합부만 오래 적십니다. 녹여야 할 대상에 닿지도 못하는 셈입니다.
- 넘침 방지 구멍을 열어 둔 채 압축기를 누르는 것 — 세면대 위쪽 작은 구멍을 막지 않으면 누르는 압력이 그 구멍으로 새어, 관 안쪽까지 힘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눌러도 안 뚫리는 이유가 막힘이 심해서가 아니라 압력이 새기 때문일 때가 있습니다.
- 위쪽을 걷어낸 뒤 다시 물을 흘려 보지 않고 끝내는 것 — 위아래가 함께 막힌 경우, 위쪽만 걷어내고 나면 조금 나아진 것에 안심하고 아래쪽을 놓칩니다. 며칠 뒤 같은 증상이 돌아오는 건 대개 이 아래쪽이 그대로 남아서입니다.
세 가지 모두 자리를 확인하지 않고 방법부터 고른 데서 나옵니다. 모양을 보고 자리를 가른 다음, 위쪽이면 걷어내고 아래쪽이면 밀어낸다는 순서만 지키면 힘을 엉뚱한 데 쓰지 않습니다. 순서를 한 번 건너뛰고 안 됐던 방법을, 다음번에도 그대로 다시 꺼내 드는 게 이 세 가지의 공통점입니다. 방법을 바꾸기 전에 모양부터 다시 보는 습관 하나가 이 셋을 한꺼번에 막아 줍니다.
다음에 또 느려지기 전에 남겨 둘 것
물길이 다시 열렸다면, 이번엔 어느 자리가 문제였는지를 기억해 두는 게 다음번을 줄여 줍니다. 위쪽 머리카락이 원인이었다면 그 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또 엉기니, 마개를 가끔 빼서 걷어내는 것만으로 아래쪽까지 갈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배수구에 얹는 걸름망을 쓰면 머리카락이 관으로 내려가기 전에 걸리니, 위쪽뿐 아니라 아래쪽 좁아짐이 쌓이는 속도까지 함께 늦춰집니다.
아래쪽이 원인이었다면 이건 관 안쪽에 오래 쌓인 결과라, 한 번 뚫었다고 원래대로 넓어지는 건 아닙니다. 뜨거운 물을 이따금 흘려보내 굳은 층이 두꺼워지는 속도를 늦추는 정도가 지금 할 수 있는 관리이고, 그래도 점점 자주 느려진다면 관 자체가 손볼 때가 된 신호로 봅니다. 얼마나 자주 느려져야 그 신호인지까지는 저도 선을 못 긋겠습니다만, 뚫는 간격이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면 관리의 범위를 넘어선 쪽으로 기운다고 봐 둡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못 가르겠거나 위아래를 다 손봤는데도 물길이 안 열린다면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벽 안쪽 배관이나 여러 배수구가 만나는 자리가 막힌 경우는 집에서 손대는 도구로는 닿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관리이고, 그다음은 도구가 닿지 않는 자리를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싱크대 밑 트랩과 수납이 물기에 어떻게 얽히는지는 싱크대 하부장을 채우는 방식이 습기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따로 다룹니다.
느려졌을 때 짚어 갈 순서
- 물을 흘려 소용돌이가 서는지, 가장자리부터 차오르는지 본다.
- 꼬르륵 소리나 냄새가 함께 나는지 확인해 배수 문제인지 트랩 문제인지 가른다.
- 위쪽 모양이면 마개를 빼고 엉긴 머리카락을 걷어낸다.
- 걷어낸 뒤 물을 다시 흘려 위쪽 하나로 끝났는지 확인한다.
- 아래쪽 모양이면 뜨거운 물을 나눠 붓고, 넘침 구멍을 막은 채 압축기로 밀어낸다.
- 화학 세정제는 마지막에, 고인 물을 퍼낸 뒤에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