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과 래시가드가 한 시즌 만에 늘어지는 건 물에 많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염소와 소금이 섬유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와 직접 이어집니다. 스판덱스 탄성사는 염소 이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산화 분해가 일어나고, 결합 구조가 끊기면서 돌아오는 힘을 잃습니다. 물에서 나온 직후 헹구는 것과 집에 가서 헹구는 것 사이에는 그 시간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냄새 문제도 따로 보면 오히려 얽힙니다. 염소 냄새가 남는 건 헹굼 부족이고, 시간이 지나 나는 퀴퀴한 냄새는 수분이 남은 채 통기 없이 뭉쳐 있을 때 생긴 것입니다. 둘은 원인이 다르고 대응도 다릅니다.
염소·소금·자외선이 수영복 섬유를 망가뜨리는 경로
수영복과 래시가드의 소재는 대부분 스판덱스(엘라스테인)를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와 섞어 짠 혼방 원단입니다. 신축력을 내는 건 스판덱스이고, 형태와 내구성을 잡는 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입니다. 두 소재가 같이 있어서 늘어났다 돌아오는 탄성이 생기는데, 스판덱스는 화학적 분해에, 나일론은 자외선과 고온에 취약합니다.
스판덱스 탄성사는 염소 이온에 직접 닿으면 산화 분해가 일어납니다.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염소는 물에 녹으면서 차아염소산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이 스판덱스의 폴리우레탄 사슬을 끊습니다. 수영장 물이 섬유에 별도의 조건이라는 것은 표준 쪽에서도 드러나는데,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리하는 한국산업표준은 염소 처리수(수영장 물)에 대한 염색 견뢰도 시험을 따로 한 부로 두고 있습니다. 사슬이 끊기면 늘어났다 돌아오는 탄성이 그만큼 줄어들고, 이 손상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섬유유연제 코팅이 원인인 경우는 코팅을 벗겨내면 기능이 돌아오지만, 염소에 의한 폴리우레탄 분해는 구조 자체가 바뀌는 손상입니다.
바닷물의 소금은 다른 경로로 섬유를 상하게 합니다. 건조되는 과정에서 소금 결정이 섬유 사이에서 다시 굳어지면서 마찰이 생기고, 이 마찰이 원단 표면을 조금씩 긁어 냅니다. 처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표면이 거칠어지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달라지고, 마찰이 쌓이면 섬유가 보풀처럼 일어납니다. 소금은 천천히 작용하는 쪽이라, 헹굼을 생략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그때부터 누적됩니다.
자외선은 나일론과 스판덱스 양쪽에 동시에 작용합니다. 나일론은 자외선을 흡수하면서 폴리아미드 결합이 끊어지고 황변이 일어납니다. 스판덱스는 광산화로 탄성이 줄어들며, 이 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진행됩니다. 선크림을 바른 채 햇볕 아래 있으면 자외선 차단 성분 중 일부가 섬유 안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있어 오염의 층이 두꺼워집니다.
세 가지 원인은 손상이 되돌아오는지에서 갈립니다. 소금 마찰과 선크림 오염은 아직 표면 단계라 헹굼과 세탁으로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는 쪽입니다. 반면 염소가 끊은 폴리우레탄 사슬과 자외선이 끊은 폴리아미드 결합은 섬유 안쪽 화학 구조가 바뀐 손상이라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리의 무게는 표면에 남는 오염보다 구조를 끊는 염소와 자외선 쪽에 실려야 합니다. 늘어짐이 생겼을 때 세탁으로 나아지는지 아닌지가 이 두 갈래를 가르는 첫 신호입니다.
취약한 정도는 옷마다 갈립니다. 라벨의 혼용률 표기에서 스판덱스 비율이 높을수록 신축은 좋지만 염소와 열에 약한 쪽이고, 색이 짙은 수영복은 같은 자외선을 받아도 변색이 먼저 눈에 띕니다. 자기 수영복이 어느 쪽인지는 이 표기와 색을 먼저 보고 판단합니다. 스판덱스 비율이 높은 경기용 수영복일수록 관리 순서를 더 지킬 값이 있고, 나일론 비율이 높아 뻣뻣한 편인 옷은 신축 손상보다 자외선 변색을 먼저 신경 쓰는 편이 낫습니다.
이 세 가지 원인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염소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바닷가로 이동해 일광욕을 하면 염소 잔류와 자외선이 함께 작용하는 시간이 생기거든요. 한 시즌 동안 이 시간이 얼마나 쌓이느냐가 형태가 유지되는지 아닌지를 나눕니다. 물에 자주 들어가는 것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들어간 뒤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결과를 만듭니다.
기능성 운동복이 서늘한 느낌을 잃는 원인은 섬유유연제 코팅과 고온이 원인인 문제입니다. 수영복·래시가드에서는 유연제보다 염소·소금·자외선이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 손상 경로가 구분됩니다. 그쪽 손상은 코팅을 벗겨내면 기능이 돌아오는 쪽이고, 염소에 의한 폴리우레탄 분해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물에서 나온 직후 헹궈야 하지 않을까요?
헹굼 시점이 실제로 차이를 만듭니다. 수영장에서 나와 집에 돌아가서 수영복을 빨면, 그 사이 시간 동안 염소는 수영복이 건조하면서 더 농축됩니다. 섬유 안에 남은 수분이 증발할수록 염소 이온의 농도가 높아지고, 스판덱스 산화 분해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시점이 빠를수록 유리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가능하면 수영장 샤워실에서 수영복을 입은 채 깨끗한 물로 몸과 수영복을 함께 헹구는 쪽이 낫습니다. 특별히 오래 헹굴 필요는 없습니다. 깨끗한 물이 수영복 전체를 충분히 통과하면 대부분의 염소는 씻겨 나갑니다. 헹구는 동안 수영복을 살짝 펼쳐 물이 안감까지 닿게 하면 고여 있던 물이 더 잘 빠집니다.
바다에서 온 날도 순서는 같습니다. 소금 결정이 섬유 사이에서 다시 굳어지기 전에 담수로 헹궈내면 결정이 남기는 마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선크림을 바른 채로 입은 래시가드는 성분이 원단 안으로 어느 정도 스며들어 있을 수 있으므로, 헹굼 뒤에 중성세제를 조금 풀어 손빨래 한 번을 더하면 표면에 남은 성분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집에서의 세탁은 미지근한 물로 손빨래하거나, 세탁기를 쓴다면 섬세 의류 코스에 세탁망을 써서 돌리는 쪽이 낫습니다. 새 옷 물빠짐이 이염으로 이어지는 조건에서 다루듯이 뜨거운 물은 섬유의 거동을 바꾸고, 수영복 소재에서는 탄성사에 추가 부담이 됩니다. 세탁 온도는 라벨에 표시된 범위를 해당 수영복의 한계로 봅니다. 손빨래로도 충분히 세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탁기를 거치지 않는 쪽이 원단에 가장 부담이 적습니다.
헹군 다음에 형태를 잃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헹굼까지 잘 했어도 그 다음 단계에서 형태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수는 물기를 제거하거나 건조하는 방식에서 나옵니다. 헹굼이 화학적 잔류 문제라면, 이 단계는 물리적 손상 문제입니다.
가장 흔한 것은 비틀어 짜는 동작입니다. 수영복을 꺾어 쥐고 비틀면 물은 빠지지만, 그 과정에서 탄성사에 비틀림 응력이 가해집니다. 탄성사는 늘어나는 방향의 힘은 잘 받도록 설계돼 있지만, 비틀리는 방향의 힘에는 그보다 약합니다. 여러 번 반복되면 탄성사 결합이 그 자리에서부터 풀리기 시작합니다. 물기를 제거할 때는 접어서 수건으로 눌러 흡수시키는 방법으로 대체합니다. 힘을 주지 않아도 수건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합니다.
건조기를 쓰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드럼이 회전하며 열을 가하는 건조기 안에서 탄성사는 고온 변성을 일으킵니다. 스판덱스의 열 변성은 일반 코튼보다 낮은 온도에서 시작됩니다. 뜨거운 열을 한 번 겪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탄성을 유지하는 폴리우레탄 구조가 무너지고, 이 손상은 염소 손상과 마찬가지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직사광선 아래 건조도 피하는 쪽이 낫습니다. 자외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햇볕이 강한 날 야외에서는 원단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조건이 동시에 만들어집니다. 음지나 실내에 뒤집어 걸어두는 것으로 자외선과 열 두 가지를 함께 줄입니다. 운동화 세탁 후 노란 링이 남는 원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사광선 건조는 소재 종류와 무관하게 열화를 앞당기는 공통 조건입니다. 건조 자리를 실내 그늘로 옮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외선과 고온 두 조건을 동시에 피할 수 있습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수영복을 넣어두기 전에
물놀이 시즌이 끝나면 수영복을 오래 안 입는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 기간 동안 보관 상태가 다음 시즌 형태에 영향을 줍니다. 보관이 잘못되면 시즌 중에 쌓인 손상이 쉬는 동안 더 깊어집니다.
보관 전에 해야 할 것은 한 번 더 깨끗이 세탁하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선크림 잔류물이나 소금기가 섬유 안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상태로 오래 두면 산화나 부식이 서서히 진행되거든요. 중성세제로 손빨래한 뒤 충분히 헹구고, 음지에 뒤집어 완전히 건조합니다. 완전 건조는 냄새 고착을 막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접어서 보관할 때는 너무 작게 접어 눌러두는 것을 피합니다. 탄성사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힘을 받을 때보다 한 방향으로 오래 눌려 있을 때 그 형태에 적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접힌 자리에 힘이 오래 쌓이면 다음 시즌에 그 자리가 먼저 늘어진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서랍보다 통기가 되는 면 파우치나 성긴 봉투에 넣어두면 형태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벌을 같이 보관할 때는 색이 짙은 것과 연한 것을 구분해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이염 위험이 있는 색 조합은 서로 닿지 않도록 사이에 종이나 얇은 천을 끼워두면 충분합니다. 보관 중 이염이 생기면 섬유 안까지 들어간 염료라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시즌 마감 전 수영복·래시가드 점검
- 중성세제로 손빨래한 뒤 충분히 헹궜다.
- 음지에 뒤집어 걸어 완전히 건조했다(습기가 남아 있지 않다).
- 너무 작게 접어 누르지 않고, 통기되는 상태로 보관했다.
- 색이 짙은 것과 연한 것을 접촉 없이 분리해 넣었다.
다음 시즌을 꺼냈을 때 형태가 살아 있는지 아닌지는 이 시즌 내내 어떤 순서로 관리했는지가 정합니다. 헹굼 시점, 물기 제거 방법, 건조 방식 세 가지가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있으면 같은 수영복을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국가기술표준원, 「KS K ISO 105-E03 텍스타일 — 염색 견뢰도 시험 — 제E03부: 염소처리 수(수영장 물)」, 1979 — 수영장 물을 별도 시험 조건으로 두고 있다는 적용범위
- 국가기술표준원, 「KS K ISO 6330 텍스타일 — 텍스타일 시험에 대한 가정용 세탁과 건조 절차」, 2001 — 시험용 가정 세탁·건조 절차를 규정한다는 적용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