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은 피복이 멀쩡해도 커넥터 목 안쪽 도선이 먼저 끊어집니다. 멀티탭은 아무 데도 움직이지 않는데 꽂아둔 자리에서 접점이 흐려집니다. 겉은 둘 다 멀쩡합니다.
한쪽은 움직여서 상하고, 한쪽은 안 움직여서 상합니다.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전선은 감을 때마다 같은 자리가 꺾이면서 안쪽 구리 가닥에 피로가 쌓입니다. 멀티탭은 가만히 꽂혀 있는 시간 자체가 그 자리에 먼지와 습기를 모읍니다. 원인이 이런데 둘을 한 서랍에 넣듯 묶어 생각하면 손대는 방식까지 같이 뭉뚱그려지죠.
감는 손과 꽂아두는 자리는 따로 봐야 합니다.
전선은 왜 피복이 아니라 목에서 먼저 끊어질까요?
오래돼서가 아니라, 반복해서 구부러지는 자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전선 안쪽 여러 가닥의 구리선은 구부러질 때마다 바깥쪽은 늘어나고 안쪽은 눌립니다. 이 늘어남과 눌림이 매번 같은 지점에서 반복되면 그 지점 가닥부터 먼저 지칩니다. 하필 그 지점이 커넥터 목입니다. 케이블 전체에서 가장 좁고 단단하게 고정된 자리라, 구부리는 힘이 다른 데로 흩어지지 못하고 그 한 곳에 몰립니다.
손목에 8자 모양으로 감으면 방향이 한 바퀴마다 반대로 바뀝니다. 같은 쪽으로만 눌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팔뚝이나 팔꿈치에 둘둘 감으면 방향이 안 바뀐 채로 계속 같은 각도로 꺾이고, 커넥터 목에 가까운 첫 바퀴가 가장 급하게 휘어집니다. 급하게 휘어지는 그 자리가 매번 같은 지점이라서, 몇 달 반복되면 그 부분 도선만 먼저 약해집니다.
이 피로는 눈으로 봐서는 표가 잘 안 납니다. 피복 겉면은 여전히 매끈하고 갈라진 흔적도 없는데, 안쪽 가닥 몇 개가 이미 끊어져 있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그래서 충전이 갑자기 안 되거나 신호가 끊기는 증상이 나타나면, 피복을 들여다보기 전에 커넥터 바로 아래 목 부분을 살짝 구부려 봅니다. 그 자리에서만 유독 헐겁거나 각이 지는 느낌이 나면 도선이 이미 지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판단은 눈이 아니라 손끝에서 납니다.
감는 지름과 케이블타이 위치는 굵기로 정합니다
감는 지름을 정할 때 기준은 케이블 굵기입니다. 가는 케이블은 안쪽 가닥 수가 적고 다발 지름도 작아서, 좁게 감아도 가닥 하나가 받는 굽힘 각도가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굵은 전원 케이블은 가닥 수가 많고 다발 지름도 큽니다. 같은 크기로 좁게 감으면 바깥쪽 가닥과 안쪽 가닥이 받는 힘의 차이가 훨씬 크게 벌어집니다.
이어폰이나 USB 충전 케이블처럼 가는 선은 손가락 두세 마디를 모은 정도의 지름으로 감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휴대폰 고속충전기 케이블 같은 중간 굵기는 커피잔 바닥 정도, 멀티탭에 딸린 굵은 전원선은 밥그릇 지름 정도는 돼야 안쪽 가닥이 급하게 꺾이지 않습니다.
굵을수록 원을 크게 잡는다는 방향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케이블타이 위치는 굵기를 안 탑니다. 굵든 가늘든 물릴 자리는 한 곳입니다. 감아둔 케이블에서 흔히 나오는 잘못부터 봅니다.
- 굵은 전원선을 손가락 두세 마디처럼 좁게 감습니다 — 안쪽 가닥이 급하게 꺾여 피로가 커집니다. 밥그릇 지름 정도로 여유 있게 감습니다.
- 커넥터 목에 케이블타이를 바짝 붙여 조이는 습관. 가장 약한 자리에 조임힘까지 얹는 셈이라 마모가 빨라집니다. 목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떨어진 피복 위에, 타이와 피복 사이로 손톱이 들어갈 만큼 느슨하게 묶습니다.
- 감은 케이블을 팔뚝이나 팔꿈치에 걸쳐 방향을 안 바꾸고 두릅니다 — 같은 지점이 계속 같은 각도로 꺾입니다. 8자 모양으로 감아 방향을 매번 바꿉니다.
- 쓰고 나서 헝클어진 채 서랍에 밀어 넣으면, 문제는 다음에 꺼낼 때 옵니다. 엉킨 걸 급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전부 커넥터 목 한 곳으로 갑니다. 정리는 쓴 자리에서 끝내는 편이 낫습니다.
멀티탭 접점은 왜 계절 따라 흐려질까요?
먼지가 계절을 탑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절연체처럼 얌전히 앉아 있던 먼지가, 습도가 오르면 살짝 전기가 통하는 얇은 막으로 바뀌거든요. 플러그 사이 틈과 스위치 버튼 둘레처럼 먼지가 잘 앉는 좁은 자리가 특히 그렇습니다. 이 막이 접점 사이에 끼면 접촉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아 그 자리에서 저항이 오르고, 만졌을 때 미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위치 둘레 틈이 특히 잘 낍니다. 버튼을 눌렀다 뗄 때마다 안쪽 공간이 미세하게 오르내리며 바깥 먼지를 빨아들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뚜껑을 열지 않고는 안이 얼마나 쌓였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문틈이 어디로 뚫려 있는지에 따라 자리를 다시 보는 판단은 문틈 위치로 제습제 놓을 칸을 정하는 법과 같은 방향입니다.
그래도 뚜껑을 열지 않고 가늠할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플러그를 뽑았다 다시 꽂을 때 걸리는 저항이 구멍마다 다르면, 유독 헐거운 구멍은 접점 스프링이 이미 벌어진 쪽입니다. 스위치를 눌렀을 때 딸깍 하는 지점이 뭉개져 물렁하게 들어가는 것도 안쪽에 먼지가 다져졌다는 신호입니다. 뽑은 플러그 날을 밝은 데서 비스듬히 봤을 때 한쪽 면만 거뭇하게 흐려져 있다면, 그 면이 닿던 접점이 먼저 지친 겁니다. 셋 다 뚜껑을 여는 것보다 빠릅니다.
멀티탭 자체 전원선이 몸통에서 빠져나오는 목도 같이 봅니다. 그 자리는 앞에서 본 커넥터 목과 구조가 똑같은데, 하필 발에 채이고 의자 바퀴에 밟히는 높이에 있습니다. 접점이 멀쩡한 멀티탭이 몸통 뒤 한 뼘에서 먼저 못 쓰게 되는 일이 그래서 생깁니다.
뽑아둘지 꽂아둔 채 둘지는 사용 빈도로 갈리지 않습니다. 기준은 확인·정리 빈도입니다. 손이 자주 가는 멀티탭은 먼지가 쌓여도 눈에 자주 띄어 그때그때 털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가구 뒤에 둔 멀티탭은 방치 기간 자체가 먼지가 쌓이고 습기를 만날 시간이 됩니다.
먼지 자체보다 그 먼지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머무느냐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마른 상태로 하루 이틀 앉았다가 다시 마르는 먼지는 큰 문제를 안 만듭니다. 문제는 장마철입니다. 습도가 며칠씩 이어지면 같은 자리가 젖고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먼지 입자 사이에 얇은 산화막이 남습니다. 이 막은 한 번 생기면 마른 날이 와도 잘 사라지지 않고, 다음 습한 날 접촉저항을 처음보다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 멀티탭 쓰임 | 확인·정리 빈도 경향 | 판단 |
|---|---|---|
| 매일 쓰는 책상 밑 멀티탭 | 손이 자주 가 먼지를 눈으로 자주 봄 | 꽂아둔 채로 두되 먼지는 눈에 띌 때 바로 닦기 |
| 주방 가전용 벽면 멀티탭 | 가전 뒤에 가려 몇 달씩 안 보임 | 계절마다 한 번은 빼서 접점 확인 |
| 침대 밑·가구 뒤 안 보이는 멀티탭 | 손이 거의 안 가고 먼지가 계속 쌓임 | 자리를 옮기거나 주기적으로 빼서 점검 |
| 계절 가전 전용 멀티탭 | 계절이 끝나면 몇 달간 방치 | 계절이 끝나면 뽑아서 따로 보관 |
| 욕실·베란다 근처 멀티탭 | 습도가 높은 환경에 상시 노출 | 안 쓰는 코드는 즉시 뽑아 습기 노출 시간을 줄이기 |
확인이 늦어질수록 뽑아둘 순위가 앞으로 옵니다.
감고 꽂아두면서 자주 놓치는 지점
기준을 알아도 손이 먼저 움직이는 자리가 있습니다. 네 가지가 특히 그렇습니다.
- 새 케이블을 포장에 감긴 지름 그대로 서랍에 넣는 경우. 포장용 지름은 운반 편의가 기준이지 보관 내구성 기준이 아닙니다. 넣기 전에 한 번 풀어서 굵기에 맞는 지름으로 다시 감습니다.
- 여러 케이블을 색 구분 없이 한 뭉치로 꽉 묶습니다 — 뭉치 안에서 서로 다른 케이블의 목 부분이 다른 각도로 당겨지며 마모가 커집니다. 케이블별로 느슨하게 따로 감아 겹쳐 둡니다.
- 멀티탭을 카펫이나 러그 밑에 숨겨 깔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막힙니다. 덮인 천이 먼지를 가둬 쌓이는 걸 못 보게 하고,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그 자리 온도가 주변보다 높게 유지됩니다. 안 보이는 자리일수록 더 자주 들춰봅니다.
- 물걸레로 멀티탭 표면을 닦습니다 — 겉면 먼지는 지워지지만 물기가 플러그 틈으로 스며들어 방금 닦아낸 자리에 새로 습기를 공급합니다. 마른 솔이나 마른 천으로 먼지를 먼저 털어냅니다.
계절 가전은 코드만 문제가 아닙니다. 선풍기를 정리하기 전 부품별 점검 순서를 보면 거기서 발목을 잡는 건 날개에 남은 물기고, 여기서 발목을 잡는 건 몸통 뒤에 감긴 채 방치된 전선입니다.
네 가지 모두 기준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정리하는 그 순간의 손버릇에서 나옵니다. 케이블 하나에 몇 초를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라서, 고치기 쉬운 대신 그냥 넘어가기도 쉽습니다.
되살릴 수 있는 것과 넘어간 것을 가릅니다
먼지든 도선이든, 손을 대기 전에 먼저 볼 건 상태가 마른 쪽인지 이미 넘어간 쪽인지입니다.
접점에 앉은 먼지가 아직 마른 가루라면 마른 솔이나 압축공기로 털어내는 걸로 끝납니다. 압축공기가 없으면 마른 붓도 됩니다만, 입으로 부는 건 안 됩니다. 침기가 섞여 오히려 습기를 넣는 쪽이거든요.
플러그를 꽂았을 때 헐겁게 흔들리는 멀티탭도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콘센트 쪽 접점 스프링이 탄력을 갖고 있다면, 자리를 바꿔 다시 꽂아보는 정도로 접촉이 되살아납니다.
반대로 넘어간 쪽은 색으로 먼저 옵니다. 피복이 갈라져 안쪽 색이 다른 층으로 비쳐 보이거나, 접점 표면이 거뭇하게 눌어붙어 반들거리던 금속빛이 사라졌다면 손질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케이블을 오래 눌러둔 자리에 홈처럼 눌린 자국이 남아 피복 두께가 눈에 띄게 얇아졌다면 그 구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자리는 만졌을 때 미열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온기 자체가 접촉이 온전하지 않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손질이 아니라 교체입니다.
전자 기기 안에서 무엇을 넣어두고 무엇을 빼둘지 가르는 기준은 건전지를 기기에 넣어둘 것과 뺄 것을 가르는 기준과 방향이 같습니다. 물건이 다를 뿐, 확인 주기로 자리를 정한다는 판단 축은 그대로입니다.
- 새 케이블은 포장 지름 그대로 넣지 않고 굵기에 맞게 다시 감는다.
- 케이블타이는 커넥터 목에서 한 마디 떨어진 자리에 느슨하게 묶는다.
- 계절 가전 멀티탭은 계절이 끝나면 뽑아서 건조한 자리에 따로 둔다.
- 안 보이는 자리에 둔 멀티탭일수록 계절마다 한 번은 들춰서 접점을 확인한다.
- 먼지는 마른 솔이나 마른 천으로 털어내고 물걸레는 쓰지 않는다.
- 피복이 갈라지거나 접점이 눌어붙은 자리는 손질 대신 교체를 정한다.
케이블은 늘기만 하고 줄지 않습니다. 한 번 정해둔 감는 지름과 꽂아둘 자리도 개수가 늘면 다시 흔들립니다. 그때 새로 볼 건 서랍 전체가 아니라 커넥터 목 하나, 그리고 손이 제일 안 가는 멀티탭 하나면 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