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브러시를 손질하려고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잡히는 고민은 "물에 담가도 되는가"인데, 그 전에 물어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빗살 사이에 낀 것과 쿠션 패드 밑에 고인 것은 자리가 다르고, 자리가 다르면 꺼내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빗살 사이에는 머리카락과 먼지가 층을 이루고 그 위에 피지막이 굳습니다. 쿠션 패드가 있는 브러시라면 패드 아래 공기층에 각질과 습기가 따로 쌓이는 구조가 있습니다. 물을 먼저 쓸 수 있는지는 이 두 구조 중 어느 쪽이 문제인지, 그리고 브러시 재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 글에서 쓰는 용어
- 빗살
- 빗의 기둥에서 뻗어 나온 가는 이(치아). 촘촘할수록 머리카락과 먼지가 층층이 끼기 쉽다.
- 쿠션 패드
- 패들 브러시나 둥근 브러시 바닥에 들어 있는 고무·실리콘 완충층. 아래에 공기층이 있어 습기와 각질이 고인다.
- 돈모(豚毛)
- 돼지 털로 만든 천연 모. 정전기를 줄이고 피지를 분산시키는 성질이 있으나, 물에 오래 담그면 털이 빠지고 탄력이 약해진다.
빗살과 쿠션 패드, 쌓이는 두 자리
빗살 사이에 먼지가 끼는 경로는 단순합니다. 머리카락이 먼저 걸리고, 그 위에 공기 중 먼지가 내려앉습니다. 머리카락이 그물 역할을 하면서 먼지를 붙잡는 구조라, 빗살이 촘촘할수록 층이 두껍게 쌓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두피 피지가 그 층을 굳혀 손가락으로 긁어내기 어려운 막을 만듭니다.
쿠션 패드가 있는 브러시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패드 아래에 공기층이 있고, 브러시를 쓸 때마다 패드가 눌렸다 올라오면서 공기가 드나듭니다. 이 공기 흐름을 타고 각질과 습기가 패드 밑으로 들어갑니다. 패드 표면을 닦아도 그 아래에 쌓인 것은 줄지 않습니다.
가죽 제품의 습기와 유분이 맞물리는 구조를 다루는 글(가죽 가방·구두의 흰 곰팡이와 물자국은 유분 하나로 이어집니다)과 이 글의 축은 다릅니다. 가죽은 유분이 매개가 되고, 헤어브러시는 빗살이라는 고정 구조와 쿠션 패드의 공기층이 쌓임의 경로를 만듭니다.
패드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렸을 때 회색빛 눅눅한 덩어리가 나온다면 패드 아래가 꽤 쌓인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물을 먼저 쓰면 패드 아래로 물이 들어가 건조가 더 오래 걸립니다. 건식으로 꺼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빗살 없이 쿠션 패드만 있는 구조와 빗살이 쿠션 패드에 꽂혀 있는 구조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전자는 패드를 닦아 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후자는 빗살과 패드 사이 틈이 쌓임의 주된 자리입니다. 빗살이 흔들리거나 빠지기 시작했다면 쿠션 패드 자체가 약해진 신호이며, 그 상태에서 물을 쓰면 남은 접착력까지 빠집니다.
재질에 따라 물에 담글 수 있는 범위가 갈립니까?
브러시를 물로 씻을 수 있는 범위는 재질이 정합니다. 판단 기준은 셋입니다 — 손잡이가 나무인지, 쿠션 패드가 있는지, 모가 천연모인지.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나무 손잡이가 있는 브러시는 물에 담그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나무는 물을 흡수하면 팽창했다가 마르면서 수축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이 쌓이면 손잡이와 빗살이 접합된 부분이 느슨해지거나 갈라집니다. 씻는다면 빗살 끝부분만 적시고 손잡이는 마른 천으로 닦는 정도가 재질을 지키는 범위입니다. 나무 손잡이에 코팅이 되어 있더라도 코팅 아래로 물이 스며들면 같은 문제가 옵니다.
플라스틱 손잡이는 물에 담가도 재질 자체가 변형되지 않습니다. 다만 쿠션 패드가 붙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패드 아래 공기층에 물이 들어가면 건조에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패드와 브러시 몸체가 접착된 부분에 물이 스며들면 패드가 들뜰 수 있습니다. 쿠션이 없는 플라스틱 빗이라면 물에 담가 세척해도 무방합니다. 금속 핀이 박혀 있는 경우에는 핀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씻고 난 뒤 빗살을 아래로 향하게 하여 털어야 합니다.
돈모 브러시는 모의 내수성과 손잡이 재질을 각각 따로 봐야 합니다. 돈모 자체는 물에 강하지만 장시간 담그면 탄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합니다. 더 큰 문제는 돈모 브러시 손잡이가 대부분 나무이거나 나무에 코팅을 씌운 형태라는 점입니다. 모 끝만 적시는 방식으로 세척하고, 쿠션 패드 부분은 젖은 천으로만 닦는 편이 낫습니다.
빗살 사이 피지막이 굳어 잘 안 빠질 때, 온도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지는 체온보다 조금 높은 온도에서 묽어지는 성질이 있어, 미온수에 잠시 담갔다가 꺼내면 막이 물러집니다. 이 방법도 재질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입니다. 나무 손잡이이거나 쿠션 패드가 붙어 있다면 담그는 대신 젖은 타월을 빗살에 대고 잠시 두는 방식이 같은 효과를 냅니다.
욕실 실리콘이 습기와 접착력이 맞물리는 환경에서 쌓이는 문제와 쿠션 패드 밑 습기는 비슷한 원리입니다. 욕실 실리콘 곰팡이는 지우는 것보다 다시 안 생기게 하는 쪽이 쌉니다는 물이 고이는 구조를 먼저 보자는 글인데, 쿠션 패드도 마찬가지입니다 — 완전히 마르지 않으면 손질 주기를 늘려도 같은 상태가 반복됩니다.
나무 손잡이가 아닌 브러시라도 금속 핀과 패드가 만나는 부분은 건조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핀이 박힌 쿠션 패드는 핀 주변에 물이 고이기 쉽고, 그 자리에서 금속 부식이 시작되면 이미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세척 후에는 핀 주변을 면봉으로 눌러 물기를 흡수시키는 과정이 패드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브러시 모의 종류가 세탁 방법을 한 번 더 조율합니다. 합성모는 물에 강하고 건조도 빠르지만, 빗살 끝이 뾰족한 경우 세탁 시 서로 엉키면서 빗살 사이에 합성섬유 잔사가 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탁 후 빗살 틈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확인 없이 그냥 두면 씻었는데도 빗살 사이에 뭔가 남아 있는 상태로 이어집니다.
세제를 쓸지 말지도 재질에 따라 갈립니다. 돈모처럼 피지를 분산시키는 성질을 가진 천연모는 세제를 자주 쓰면 그 성질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미온수에만 빗살을 헹구는 방식으로도 굳은 막이 물러지면 세제 없이 꺼낼 수 있습니다. 세제를 쓴다면 중성 세제를 소량 희석한 물에 빗살 끝만 적시는 정도로 그치는 편이 모를 지키는 범위입니다. 강한 세정 성분은 돈모의 표면 유분을 씻어 내 오히려 정전기가 더 생기는 방향으로 갑니다. 세제 선택은 재질을 먼저 확인한 다음의 일입니다.
실수가 거기서 납니다
브러시 손질에서 반복되는 실수는 순서와 방향을 혼동하는 데서 납니다.
- 머리카락을 세로 방향으로 뽑으려는 것 — 빗살을 따라 세로로 뽑으면 뿌리 쪽이 빗살 끝에 걸려 잘 안 빠집니다. 다른 빗을 가로로 끼워 중간에서 들어 올리면 뭉쳐진 덩어리가 한꺼번에 분리됩니다. 방향 하나가 시간을 바꿉니다.
- 쿠션 패드가 있는데 물부터 끼얹는 것 — 물이 패드 아래로 들어가면 패드를 누를 때마다 물이 빗살 틈으로 스며드는 상태가 이어집니다. 건식으로 패드 밑을 정리한 다음, 빗살 세척으로 넘어가는 순서가 맞습니다.
- 세척 후 평평하게 눕혀 말리는 것 — 빗살이 옆으로 향하거나 아래를 보면 한 면이 받침대에 닿아 마르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빗살이 위를 향한 채로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 놓아야 패드 밑 공기층이 함께 마릅니다.
- 돈모 모가 뭉쳐 있는데 그대로 쓰는 것 — 건조 중 눌린 모는 탄력이 살아 있는 경우 가볍게 두드려 세울 수 있습니다. 이 과정 없이 그냥 쓰면 모가 뭉친 채로 굳어 돈모 본래 기능을 잃습니다.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세척 후 건조가 더 오래 걸립니다. 장마철 신발·가방은 넣기 전에 승부가 납니다가 다루는 고습도 환경의 건조 원리는 브러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닿는 자리에서 말리는 편이 낫습니다.
세척 후 다시 쓸 수 있는지는 패드를 눌러 봐야 알까요?
세척이 끝난 브러시를 바로 써도 되는지는 재질과 구조 두 가지로 가립니다.
플라스틱 빗이나 쿠션 없는 합성모 브러시는 물기가 제거되면 쓸 수 있는 상태입니다. 쿠션 패드가 있는 경우라면 패드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을 때 물기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물기가 나온다면 패드 아래에 수분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그 상태에서 쓰면 두피에 물이 닿습니다.
나무 손잡이 브러시는 겉면이 건조해도 안쪽까지 마른 상태인지 확인이 어렵습니다. 만졌을 때 차가운 느낌이 없어지면 표면 수분은 빠진 것인데, 손잡이가 두꺼운 경우에는 안쪽까지 완전히 마르는 데 반나절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불확실한 시간을 줄이려면 브러시를 보관하는 자리의 습도를 낮추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욕실이나 세면대 위는 매번 사용 후 습기가 차는 공간이라, 그 자리에 브러시를 두면 마르는 시간이 계속 늘어납니다. 옷장 제습제를 아래에 두는지 위에 두는지처럼 보관 자리의 습기 흐름을 아는 것이 관리의 출발점인데, 브러시도 같습니다 — 씻고 난 뒤에는 건조한 선반이나 거울 앞처럼 바람이 통하는 자리로 옮겨 두어야 다음에 쓸 때 마른 상태가 됩니다.
되살릴 수 있는 상태와 교체해야 할 상태를 가르는 기준도 있습니다. 빗살이 여러 개 굽어 원래 방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머리를 빗어도 결이 한쪽으로 밀리고, 쿠션 패드가 가장자리부터 들뜨면 그 틈으로 물이 다시 들어가는 구조가 됩니다. 빗살은 방향을, 패드는 접착을 잃은 상태라 손질로 되돌아오는 자리가 아닙니다. 여기까지가 관리고, 그다음은 새 빗을 들일 때입니다.
손질 순서 네 단계
- 다른 빗을 가로로 끼워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머리카락 덩어리를 빼낸다.
- 쿠션 패드가 있으면 건식으로 패드 밑을 정리한 뒤에 세척으로 넘어간다.
- 재질을 확인하고 나무 손잡이는 빗살 끝만 적시며, 쿠션 없는 플라스틱 빗은 담가서 씻는다.
- 빗살이 위를 향한 채로 바람 통하는 자리에 놓고, 패드를 눌러 물기가 없을 때까지 기다린다.